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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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레임]  손창섭(孫昌涉 19222010)의 단편소설 가운데 잉여인간이 있다. 1958년 작품이다.

이 글에 치과의사서만기가 등장한다. 의사이면서 병원의 원장이다. 게다가 소문난 얼짱이다.

그러면서도 그 직업과 이목구비와 달리 초라한 의사일 뿐이다. 병원의 면적은 고작 5평이다. ‘치료시설마저 임대해서 사용하는 형편이다.

이 조그만 병원에 서만기의 중학교 동창인 천봉우와 채익준이 출근하고 있다. ‘백수라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신문을 뒤적이며 시간을 죽이다가 환자 대기실 구석에서 낮잠을 자는 게 하루의 일과다.

무능한 천봉우의 아내는 바람둥이다. 한 달이면 절반은 집을 비운다. 아이들이 누구의 씨인지조차 모를 정도다.

천봉우의 아내는 재산도 많다. 병원 건물이 친정 소유다. 서만기는 그런 천봉우의 아내에게 임대료를 매달 내고 있다.

돈 많은 바람둥이가 얼짱서만기를 그대로 둘 리 없다. 짙은 화장을 하고 치석, 충치를 핑계로 뻔질나게 찾아온다. 치료를 받다가 서만기의 가운 자락을 슬그머니 잡아당기기도 한다.

그러더니, 마침내 서만기를 음식점으로 불러낸다. 문고리를 걸어 잠그고 노골적으로 도발한다. 하지만 서만기는 그 유혹을 뿌리친다.

천봉우의 아내는 ‘2차 도발에 나선다. 병원 건물을 처분하기로 했으니 1주일 안에 비워달라고 겁을 주는 것이다. 그러면서 연락처를 건네준다. 서민들은 감히 생각도 할 수 없는 전화번호. 용건이 있으면 꼭 걸어달라고 한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바람을 피우는 아내에게 싫은 소리를 못하는 천봉우은 잉여인간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채익준의 아들이 황급하게 병원을 찾아온다. 생선장사로 살림을 꾸리다가 앓아누웠던 채익준의 아내가 사망한 것이다. 그런데 채익준은 어디에 있는지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만기는 장례부터 치러줘야겠는데, 그 비용이 문제다. 결국, ‘전화번호를 남긴 천봉우의 아내를 찾아가서 ‘5만 환을 빌린다. 그 돈으로 관을 사고, 채익준의 아이들에게 상복을 지어서 입힌다.

장례를 치르고 돌아오니 집 근처 골목에 채익준이 우두커니 서 있다. 철없는 아이들은 아버지에게 매달린다. 채익준은 그래도 무표정할 뿐이다.

아내의 장례식도 건너뛴 채익준 역시 잉여인간일 수밖에 없다. 바람둥이에게 굴복, 장례비용을 빌리면서 병원까지 유지하게 된 서만기는 잉여의사일 것이다.

그런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난데없이 잉여의사가 쏟아지게 될지 모를 일이다. ‘면허 정지 의사. 의사가 부족해서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와중에 잉여의사.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간부에게는 의사 면허 정지 처분이 내려지고 있다. 의과 대학 교수들도 집단행동이다.

그러면 잉여환자는 더욱 많이 늘어날 것이다. 병원의 퇴원 압박 때문에 요양병원으로 옮겼던 환자가 사망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의사 집단행동 피해 신고 지원센터가 지난 15일 현재까지 피해 사례로 접수한 509건 가운데 수술 지연68.8%350건이나 되었다는 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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