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신학기 학교급식실 결원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 사진=노동건강연대
19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신학기 학교급식실 결원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 사진=노동건강연대

[뉴스클레임]

3월 신학기가 시작됐다. 비교적 조용했던 학교는 학생들의 말소리로 가득찬다. 복도를 뛰어다니고,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교실에서 떠들다보면 금새 배가 고파진다. 그럴 때면 급식이 더욱 생각난다. 배고픔을 참지 못한 학생들은 4교시 종치는 소리와 동시에 복도로 뛰쳐나간다. 얼굴도 모르는 옆반 친구와 달리기 시합을 벌이고 나면 어느새 손에 식판이 들려있다. 수다 떨 새도 없이 밥을 먹은 아이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 떠있다. 

이렇듯 급식을 먹으러 학교에 다닌다는 학생들도 있을 정도로 급식시간은 즐겁고 중요한 학생생활의 일부이다. 그러나 학교에는 노동자가 없다. 학생에게 건강한 급식을 만들어주겠다는 급식 노동자가 없다. 현수막을 게시하고 온라인 구직사이트, 중고거래 어플에 구인 글을 올려도 일하겠다는 사람이 없다. 

실제 현재 급식실 결원인원은 경기 481명, 서울 203명, 인천 200명, 충북 130명, 제주 93명이 부족해 현장에 있는 급식노동자의 노동강도가 심히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한다. 신규 채용 미달인원은 서울 190명, 충남 80명, 충북 74명, 제주 60명, 인천 54명, 경기 53명이다. 

이 사태에 이르게 된 이유는 모두가 알고 있다. 학교급식실의 높은 노동강도와 낮은 처우여건은 이미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설령 신규채용에 따라 입사하더라도 각종 산재를 유발하는 열악한 노동환경이 개선되지 않아 현장을 떠나버린다. 아이들의 '잘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말들로 버텼지만, 사람이 모자란 채 일한 급식노동자들도 더는 안되겠다며 일터를 떠난다. 또다시 구인공고를 올리지만, 정년퇴직·사직으로 인한 인력공백을 메우기 위한 채용공고는 매번 미달상황이 반복된다. 

임금은 또 어떠한가. 처음 입사한 급식노동자는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명세서를 받아들며 한숨을 푹 쉰다. 방학에는 그것마저 없다. 이렇게 처참한 현실에 어떻게 일할 사람이 늘어날 수 있나. 오히려 급식노동자가 되겠다면 뜯어말려야 하는 수준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답도 이미 알고 있다. 그동안 급식노동자들과 시민사회는 수없이 외쳐왔고 강조해왔다. 무리한 요구도 아니다. 학교급식실에 인원을 충원하고, 환기시설을 개선할 것을 요구해왔다. 그럼에도 현장 상황은 달라지는 게 없다. 변화 없는 하루하루만 맞이하고 있을 뿐이다.

오늘도 급식노동자들은 거리로, 교육청 앞으로 모였다. 그리고 교육당국에 쓴소리를 날렸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면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학생이다. 우리 아이들이 먹는 급식의 위생과 안전에 관한 문제다. 또 우리들의 절규다. 현 상황이 무상급식이라는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심각한 위기상황임을 깨달아야 한다."

학교급식실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요구도 거듭 강조했다. 나아가 미온적 태도로 방관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교육당국을 규탄하며, 지금 당장 학교급식실에 인원을 충원할 것을 요구했다. 

10명이 일해야 하는 급식실에 8명분이 없으면 질 좋은 식사를 만들어낼 수 없다. 완제품을 쓰거나 일회용 식판을 쓰는 등의 조치로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급식의 위생과 질을 보장하기는 힘들다.

이들의 요구대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가야 아이들의 삶이, 아이들의 미래가, 급식노동자들의 삶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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