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보건의료노조
사진=보건의료노조

[뉴스클레임]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집단반발이 한 달을 훌쩍 넘겼다. 이제는 진료 정상화를 위한 실질적인 대화에 착수해 환자들의 피해를 막아야 할 때지만, 의대교수들이 공언한 사직서 제출이 본격 시작됐다.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다. 

정부도, 의사단체도 양보할 수 없다며 강대강 대치를 보인다. 이 사태를 지켜보는 환자와 국민의 마음만 힘겨울 따름이다. 수술 취소와 연기, 검사 취소와 연기, 입원 취소와 연기, 항암치료 연기, 응급실 진료 차질과 대기 지연, 병동 폐쇄와 통폐합, 환자 전원 조치 등 갖가지 이유로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

의료대란 속 희생자는 환자 뿐만이 아니다. 전공의 진료거부로 인한 의료공백을 메우고 있는 간호사들의 고충도 매우 심각하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98개 의사업무 중 9개를 제외한 89개 의사업무를 간호사 업무로 조정함에 따라 PA간호사들은 기존 의사업무를 대신하며 과중한 업무량과 불법의료행위로 내몰리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아무런 교육·훈련도 돼 있지 않은 일반간호사들이 하루아침에 PA간호사가 돼 의사업무를 대신하고 있다. 불법의료행위인 줄 알면서도 "지금 하지 않으면 병원 망한다"는 압박 아래 반강제적으로 의사업무를 떠맡는 상황이다.

언제 어떤 사고가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위태로운 현장 상황에 환자와 국민의 질타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유가 있기에 의사들의 집단반발이 일어났겠지만, 환자와 국민, 간호사에게까지 고통과 피해를 주는 행동은 용납될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26일 보건의료노조는 "의료대란 속에서 환자 곁을 지키는 노동자를 희생으로 내몰지 말라"라며 정부와 의사단체에 진료 정상화를 위한 대화에 착수할 것을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현재 상황을 계속 방치한다면 대한민국 의료체계가 붕괴할 뿐만 아니라 의료인력 운영체계가 붕괴한다"면서 "전공의들의 진료거부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수련병원 노동자들의 고통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되며, 희생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공의와 의대교수, 수련병원 등에 다음과 같은 요구를 전했다.

전공의들이 조건 없이 의료현장에 복귀하고, 의대교수는 집단사직계획을 철회해 조속히 진료를 정상화해야 한다. 수련병원들은 전공의들의 조속한 복귀와 의대교수들의 진료유지를 통한 진료 정상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전공의와 의대교수들의 열악한 근무여건과 진료환경 개선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의사단체는 물론, 정부도 한발 물러서서 어지러운 현 사태를 수습하는 전향적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보건의료노조의 요구대로 의사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강압 조치를 중단하고, 지체없이 진료 정상화와 필수·지역·공공의료 살리기 해법 마련을 위한 실질적인 대화에 착수해야 한다. 무엇보다 의료대란 한가운데서 필수·중증·응급환자들의 생명을 지키는 의료기관과 노동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보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더 오래 끌면 파국뿐이다. 이 상황이 계속 된다면, 강대강 대치가 지속되면 의사단체와 정부를 향한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사태를 엄중히 직시해야 하고 대화 테이블에 나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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