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균주분쟁이 시작된 건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그 균주와 관련 기술이 자신들 소유인데 절취했다고 주장하면서부터다. 메디톡스는 국내 경찰과 검찰·법원에 진정과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물론, 미국 FDA에 시민청원을 하고 미국 지방법원과 ITC(국제무역위원회)에도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한 입증책임은 당연히 메디톡스에 있다. 그러나 대웅제약의 주요 임직원을 다수 빼가고, 30억원 현상금 걸고, 민사/형사/미국ITC에서 모든 증거 다 가지고 가서 조사했으나 아직 아무 것도 밝혀진 것이 없다. 그래서 그간 보도된 내용을 토대로 메디톡스의 주장에 대해 팩트체크를 해봤다. 편집자주

메디톡스의 균주 도난 주장은 역설적이게도 ITC 감정시험 결과 양사 균주의 유전자 서열에 차이가 있어 동일하지 않은 균주임이 밝혀졌다. 심지어 카임 박사(메디톡스측 전문가) 및 셔먼 박사(대웅측 전문가) 모두 16S rRNA 유전자 염기서열에 상이한 SNP가 존재함을 확인했다. 16S rRNA 유전자는 돌연변이가 잘 생기지 않기 때문에 균주의 계통 분석에 통상적으로 사용된다. 만약 메디톡스 말대로 대웅제약의 균주가 메디톡스로부터 유래했다면 상이한 SNP가 발생하는지 설명할 수 없다. 실제로 양사의 WCB(Working Cell Bank)는 MCB(Master Cell Bank)로부터 일정수의 계대배양을 거쳐 제조된 균주임에도, ITC 감정시험 결과 유전자 서열이 동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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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톡스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 또다른 것은 포자다. 메디톡스는 자신들이 보유한 균주는 슈퍼 균주라고 일컫는 Hall A Hyper로, 포자가 형성되지 않는 고유한 특징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대웅제약의 균주가 포자를 형성한다면, 양 균주는 서로 전혀 다른 균주라는 의미이니 이를 확인해야 한다고도 했다. 대웅제약 균주의 감정시험결과, 아주 명확하게 포자를 형성함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양사의 균주는 서로 다른 균주임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상황이 급반전되자 메디톡스는 몰랐다, 해본적이 없다며 시험 조건이 이례적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한다. 납득하기 어려운 건 해당 시험조건은 열처리와 배양시간, 배양에 적절한 온도와 배지조건, 그리고 염색시험법 및 현미경까지 포자형성을 시험할 때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조건을 그대로 구현한 시험방법으로 논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메디톡스도 법원에서 해당 조건을 합의할 때 아무런 반대를 하지 않았다.

더구나 메디톡스는 포자감정시험 전 재판에서 “메디톡스 균주가 적어도 이 사건 감정시험 조건에서 포자를 생성하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로 감정을 진행하기로 하고, “감정 이후 이 사건 감정시험 조건에서 메디톡스 균주도 포자를 생성한다는 주장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법정에서 합의까지 했다. 시험조건을 문제삼고 해보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을 믿기 어려운 이유다.

끝으로 메디톡스는 “내 기술을 대웅제약이 활용했고 이 덕분에 제품개발을 단축했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메디톡스가 사용한 공정은 20년 전부터 공개돼 있던 과거의 것들로 이미 다 잘 알려진 수준이었고, 실제로 메디톡신 원액의 제조기술에 대해 특허출원을 했지만 등록에 실패해 자진 취소됐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대웅제약의 원액 제조공정은 특허 등록이 완료된 고유의 기술로 메디톡스 등 기존에 알려진 공정과는 전혀 다른 특허기술로 인정받고 있었다. (특허등록 번호:10-1339349)

메디톡신 개발에 직접 참여했었던 공익제보자의 고백에 따르면 메디톡스가 처음 메디톡신 허가를 신청할 때, 당시 원개발사인 엘러간의 보톡스 허가자료를, 심지어 오타까지도 그대로 배껴 제출했다고 한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수년이 걸릴 수 있는 기시법 작성을 단 1~2개월만에 완료하고 회사설립 1년여만에 식약처로부터 승인을 받아 임상시험을 시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 당시 엘러간의 허가서류는 국내 판매공급권을 보유하고 있는 대웅제약이 제출한 보톡스 허가자료와 동일한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이 사실은 메디톡스가 보툴리눔 톡신 의약품을 개발할만한 기술력이 없었음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대웅제약의 기술을 도용한 것이 아닌가 의심을 사게 만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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