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단체, ‘탈시설-자립생활 긴급구제 신청’ 기자회견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사회복지재단 및 시설장 조사 촉구”

사진=천주영 기자
사진=천주영 기자

시설이 아닌 내 집에서 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짓밟히고 있다. 3월 말까지 집을 구하지 못하면 SH전세 임대주택에 선정된 것은 물거품이 된다. 뜻밖의 강풍이 부는 19일 오후, 장애인 단체들은 직접 거리로 나가 문제를 알리고 도움을 호소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사회복지부 등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매서운 바람으로 뼛속까지 추위가 들어섰지만 목소리와 눈빛에서는 강단이 느껴졌다.

이들은 “장애인거주시설 ‘도란도란’ 거주인의 탈시설 및 자립을 방해하는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사회복지재단과 시설장을 조사하고 당사자의 결정을 받아들여 즉각 자립지원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도란도란’에 거주하고 있던 허모씨는 최근 SH 전세임대에 신청됐다. 허씨는 ‘도란도란’에서 벗어나 살고 싶지만 시설원장에 의해 자기결정권이 침해되고 조직적인 방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허씨는 “도란도란에서 살면서 노동을 하고 저축과 청약을 해 내 집에서 살아갈 날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시설장은 ‘다수 직원들의 합의가 없다’, ‘가족과 후견인의 동의를 구하지 못했다’ 등 이유를 대면서 이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급기야 거주인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주택을 알아보고, 지역사회의 서비스를 구축해보려 애쓰던 일부 도란도란의 직원들은 담당에서 배제됐다. 원장은 지난해 12월 관악구 의원들에게 “거주인들이 탈시설의 희생양이 되는 것이 아닌지, 투쟁의 명분이나 수단이 돼버리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다”라는 글을 보내기도 했다.

가족과 후견인들에게는 한 통의 알림장을 보냈다. 알림장에는 △당사자 의사 미확인, 정확한 욕구조사 필요 △가족과 후견인의 충분한 정보 및 동의하에 자립 추진 △시설의 정상적인 업무 속 탈시설 진행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들은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입장을 드러낸 격”이라며 “장애인복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시설장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며 책임회피를 하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은 “일부 직원이 ‘당사자의 의사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탈시설-자립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정작 당사자들은 ‘나가서 살고 싶다’고 여러 번 밝혀왔다”며 “법인과 시설장이 합당한 업무에 딴지를 걸고 있다. 활동 지원을 위한 신청과 심사 등 서비스 시스템을 뭉개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복지재단과 시설장은 거주인의 탈시설-자립 방해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또 국가인권위에 자립의사를 무시당하고 있는 당사자들을 위한 긴급구제를 신청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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