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급식실 직업성암 집단산재신청 및 환기시설 전면교체 촉구 기자회견
급식실노동자들 “직업성암 인정하고 특수건강진단 즉각 실시해야”

“정년도 마치지 못하고 병원에 입원 중입니다. 이유는 폐암 때문입니다. 조리원 일을 그만두고 병원에 있는 건 열악한 학교 급식실 근무환경 때문입니다. 매캐한 조리 연기가 자욱해도 얇은 마스크 한 장으로 버텨야 했습니다. 저는 그저 시간 내 음식을 만들어 내야 하는 기계에 불과했습니다. 저 같은 고통스러운 사람이 더는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26년 넘게 학교에서 조리원으로 근무했던 노동자 A씨의 사연이다.

A씨와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는 급식실 노동자는 상당하다.

용인의 한 고등학교에서 14년간 조리실무사로 근무했던 B씨는 정년을 앞두고 지난 2019년 5월 폐암 진단을 받고 자발적 퇴사를 했다. 원인은 위험천만한 조리실 환경이었다.

그는 “부침기의 가스 구멍이 막혀 불완전 연소가 일어나 학교에 수리 요청을 했지만, 7년 동안 고쳐지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유해가스를 장기간 폐부 깊숙이 들이마시며 근무해야 했고, 그 결과 폐암 진단을 받았다. 다른 조리실무사 2명은 천식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급식실 노동자는 열악한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더 많은 죽음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교육부와 노동부가 현장 노동자들의 절규에 답을 하고, 특수 건강진단을 통해 암환자를 찾아내고 산재보상이 진행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조, 직업성·환경성 암환자찾기119 등은 28일 오전 ‘급식실 직업성암 집단산재신청 및 환기시설 전면교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급식실 노동자 직업성암실태 전수 조사 및 포괄적 작업환경측정을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올 3월 급식실 노동자의 폐암이 직업병으로 처음 인정되면서 여러 급식노동자들의 폐암 직업병 신청을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에 근거한 직업병 예방을 위한 작업환경 측정과 특수건강진단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지금도 너무 늦었다. 이제라도 급식 노동자들의 직업병 예방을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발언에 나선 양선희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노동안전위원장은 “더 이상 죽고 싶지 않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고 싶다”고 울분을 토했다.

양선의 노동안전위원장은 “그동안 급식노동자의 외침은 메아리였다. 아이들의 건강한 급식을 위해 급식노동자들은 다치고 병들어가며 죽어가야 했다”면서 “과연 교육당국과 정부는 급식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신경 썼는가. 우리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폐암 등 급식실 직업성암 산재인정 ▲전국 급식실 환기시설 전면 교체 ▲급식실 노동자 전체 대상 암발생 현황 조사 ▲급식노동자에 특화된 특수건강진단 즉각 실시 ▲미세머지 포함한 포괄적 작업환경측정 실시 등을 요구했다.

28일 진행된 28일 급식실 직업성암 집단산재신청 및 환기시설 전면교체 촉구 기자회견. 사진=김동길 기자
28일 진행된 28일 급식실 직업성암 집단산재신청 및 환기시설 전면교체 촉구 기자회견. 사진=김동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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