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스물일곱 청년노동자’

서울 공덕역 환기구 공사장서 20대 노동자 추락사

김동길 기자 승인 2021.09.10 11:22 의견 0

일터에서의 안타까운 죽음이 반복되고 있다. 이름과 장소, 날짜, 시간만 바뀔 뿐이다. 이들의 죽음은 모두 닮았다. 앞서 경험한 안타까운 죽음으로 교훈을 얻었으면서 변하지 않는 일터 환경 때문에, 매일 억울하게 세상을 떠나는 노동자들에게 작별 인사를 보내고 있다.

불과 다섯 달 전 이야기다. 23살 청년의 사망 소식은 온·오프라인을 들썩이게 했다. 2018년 12월 당시 24살의 나이에 비정규직 노동자로 사망한 고(故) 김용균씨 사건과 판박이었기 때문이다.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용직 하청 노동자로 일하던 고(故) 이선호씨는 지난 4월 평택항 신컨테이너 터미널에서 FRC라 불리는 개방형 컨테이너에서 나무 합판 조각을 정리하다가 300kg에 이르는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사망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일정 규모 이상의 컨테이너 작업을 할 때는 안전관리자, 수신호 담당자 등이 배정돼야 한다. 그러나 당시 현장에 안전관리자 배정은커녕, 안전모조차 지급되지 않았다.

이선호씨의 아버지는 “아이가 무거운 철판에 깔려 피를 흘리며 숨이 끊어져 가는데도 회사는 119에 신고 대신 윗선에다 먼저 보고하는 데만 급급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59일 만에 작별을 고한 그의 친구들은 “더 이상 누군가의 죽음에 기대 변화를 만들어야만 하는 현실이 없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후 청년 하청 노동자들의 반복되는 죽음은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 수많은 죽음을 막겠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제정했다. 그러나 시행(2022년 1월 27일)까지 약 4달여가 남은 법을 두고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기업계는 중대재해처벌법 때문에 과도한 형사처벌이 우려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노조, 보건·안전 단체들은 원청 경영책임자의 관리 의무를 협소하게 규정해 입법 취지를 훼손하는 방향으로 후퇴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고 김용균씨, 고 이선호씨처럼 일하러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청년 노동자가 생겨났다

9일 환기구 공사 도중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서울 마포구의 지하철 6호선 공덕역. 사진=김동길 기자

20대 청년 노동자가 지하철 환풍구 작업 중 9m 높이에서 추락한 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방호문 설치 작업에 나섰지만, 정작 그를 위한 일터 안전은 없었다.

10일 소방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 23분쯤 서울 마포구의 지하철 6호선 공덕역 인근 지하철 환풍구에서 방호문을 설치하던 A씨(27)가 환풍구 아래로 추락했다. 그는 호흡과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현장에서 함께 작업하던 노동자 중에는 A씨 아버지를 포함해 시공업체 직원 5명이 함께 일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에 대해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따르면 도급인 등 사업주는 근로자의 추락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추락·낙하 및 붕괴 등의 위험 방지 및 보호에 필요한 가설기자재를 설치해야 한다.

경찰 측은 “작업자와 시공사를 상대로 안전 장비 착용 등 수칙을 준수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9일 환기구 공사 도중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서울 마포구의 지하철 6호선 공덕역. 사진=김동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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