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역에 등장한 ‘오겜월드’
넷플릭스의 체험형 마케팅…하나의 새로운 콘텐츠로

마케팅도 콘텐츠인 시대. 단순한 홍보가 아닌 대중이 선호하는 코드로 접근하는 넷플릭스식 전략이 MZ세대 취향에 적중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이 시리즈 공개 전부터 남다른 스케일의 마케팅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태원역에 등장한 ‘오겜월드’가 대중의 흥미를 자극하면서 본편에 대한 기대 역시 상승하는 중이다.

이태원 '오겜월드' 사진=넷플릭스 제공
이태원 '오겜월드' 사진=넷플릭스 제공

■ ‘오징어 게임’, 공개 전부터 화제 오른 이유

화려한 색감과 거대한 구조물이 이태원역을 지나는 이들 발길을 붙잡았다. 456억원이 든 초대형 돼지 저금통은 입을 떡 벌어지게 한다.

이태원역 지하 4층에 마련된 게임존 ‘오겜월드’는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즐겨본 게임들로 가득 찼다. 공기놀이, 딱지치기, 팽이치기부터 오징어게임, 땅따먹기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또 어린 시절 장난감을 뽑을 수 있는 대형 캡슐 뽑기가 시선을 강탈한다.

'오겜월드' 사진=넷플릭스 제공
'오겜월드' 사진=넷플릭스 제공
'오겜월드' 사진=넷플릭스 제공
'오겜월드' 사진=넷플릭스 제공

이는 지난 5일 이태원역에 설치된 팝업 체험존이다. ‘오겜월드’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마케팅 일환으로 설치됐다. 게임을 체험하면서 작품에 관심을 유도하는 전략인 셈이다.

넷플릭스 측은 이 같은 체험형 마케팅 기획 의도에 대해 “넷플릭스는 언제나 각 작품만의 매력과 창작 의도가 잘 전달될 수 있는 프로모션을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겜월드 역시 어릴 적 추억의 놀이가 목숨을 건 비정한 서바이벌이 되어 버린 ‘오징어 게임’의 독특한 설정을 생생하고 흥미롭게 전달하고자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 넷플릭스 전략은 잘 통했다.

9일 기준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오겜월드’ 인증샷과 체험 후기가 다수 게재되며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직접 현장을 찾은 이들은 옛 추억이 떠오르는 흥미진진한 경험을 했다며 호평했다. 본편 공개 전부터 확실한 인상을 남기는 영리한 넷플릭스라는 평가가 나온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오겜월드’는 낮 12시부터 밤 9시 사이 운영되며, 당초 ‘오징어 게임’ 개봉 시점에 맞춰 18일까지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뜨거운 관심에 힘입어 연장 운영을 논의 중이다.

'오징어 게임' 사진=넷플릭스 제공
'오징어 게임' 사진=넷플릭스 제공

■ 극한 게임 도전기, ‘오징어 게임’

거액의 상금을 놓고 벌이는 어른들의 잔혹한 게임이 예고됐다. 오는 17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 190여 개국에서 공개된다.

‘오징어게임’은 456억원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여한 사람들이 최후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총 8부작으로 구성된 이번 작품에는 배우 이정재, 박해수, 허성태, 오영수, 정호연, 김주령 등 배우들이 출연한다. 연출과 각본은 황동혁 감독이 맡았다.

앞서 공개된 예고편은 보는 이 시선을 압도한다. 예고편 속 각각 다른 연령, 성별, 국적의 참가자들은 각기 다른 사연으로 한 장소에 모이게 된다. 목표는 하나, 승리뿐이다. 참가자들은 하루 한 번 게임에 도전하게 되고, 실패의 대가는 참혹하다.

2분 남짓한 영상만으로도 이번 시리즈의 거대한 스케일과 파격적인 소재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황동혁 감독은 이번 작품에 관해 “게임 안은 바깥세상의 축소판이다.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경쟁을 게임에 그대로 옮겨두었다”고 설명했다.

■ 또 하나의 콘텐츠가 된 마케팅

‘오징어 게임’의 마케팅은 MZ세대 취향을 정확히 겨냥했다.

MZ세대란 밀레니얼(M)과 Z세대를 합친 말로, 1980년대 초반~2000년대생을 통칭해 일컫는다. 이들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특징을 보인다.

넷플릭스는 이런 MZ세대가 환호할만한 법을 터득하고 소통해왔다. 체험형 마케팅 역시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승리호' 프로모션 사진=넷플릭스 제공
'승리호' 프로모션 사진=넷플릭스 제공

앞서 넷플릭스는 영화 ‘승리호’ 개봉을 앞두고 이색 마케팅을 펼쳐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당시 서울 강남 한복판에는 추락한 우주선 모형이 설치됐다. 폴리스 라인이 설치된 현장에는 ‘2월 5일, 승리호가 수거 예정’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어 궁금증을 자아냈다. 정체를 조사하기 위해 등장한 요원과 취재 나온 기자들까지 등장하는 우주 폐기물 조사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강남역 일대를 지나는 시민들 시선이 쏠렸고, 실제 우주선 추락사고가 벌어진 듯한 생생한 현장감에 넋을 놓고 보았다는 후문이 SNS상에 빠르게 퍼졌다. 영화 홍보였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색적인 마케팅에 극찬이 이어졌다.

‘승리호’의 우주정거장 체험 역시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시도였다.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 형식으로 진행된 이 체험은 서울 용산역 주차장에 마련됐다.

체험장에 도착하면 우주복을 입은 현장 스태프가 보급품을 전달하고, QR코드를 통해 접속하면 영화 속 BGM이 흘러나오면서 시작된다. 워프 터널을 통과하면 2092년으로 타임워프 한다는 설정이다. 우주청소선 승리호와 선원을 소개하는 공간을 지나면 영상이 흘러나오고 체험자는 차 안에 있지만 마치 우주 공간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경험한다.

실제 체험자들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테마파크 수준의 디테일과 퀄리티에 놀라움을 느꼈고, 신선한 경험을 했다고 입을 모았다.

콘텐츠 홍보 목적으로 진행된 마케팅이 또 하나의 콘텐츠를 양산해 낸 것이다.

■ 넷플릭스가 보여준 새로운 가능성

단순한 홍보 차원이 아닌 대중에게 새로운 놀거리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넷플릭스의 시도는 새롭다.

넷플릭스식 체험형 콘텐츠는 광고 기피 현상은 줄이고 흥미를 유발한다. 동시에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또 다른 재미 요소를 만들어 낸다. 특히 자발적으로 긍정적인 입소문을 퍼트리게 하는 버즈 마케팅(Buzz marketing)으로 이어지면서 그 효과는 극대화된다.

이는 현재 새로운 문화?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MZ세대 감성과 제대로 일치한다.

뻔하지 않은 색다름을 추구하면서 SNS나 온라인을 통해 취향을 공유하고 문화를 선도하는 MZ세대가 넷플릭스에 열광하는 이유다.

이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요즘의 문화 소비 방식을 이해하고 접근할 때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는다.

콘텐츠 홍수 시대.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이 성장하면서 업체 간 경쟁은 치열해지고, 콘텐츠는 넘쳐난다.

월트디즈니 컴퍼니의 디즈니플러스가 오는 11월 국내 상륙을 예고하면서 글로벌 OTT에 견제하는 국내 OTT 업계 움직임이 분주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OTT 시장 ‘큰 손’ 넷플릭스의 경쟁력은 단순히 오리지널 콘텐츠 만이 아니다. 넷플릭스식 마케팅이 업계에 긍정적 반향을 이끌어 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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