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근로자가 주체가 돼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및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목적으로 조직한 단체를 뜻한다. 여러 노동자들이 모인 노동조합은 파업, 보이콧, 준법투쟁 등 다양한 단체행동을 통해 기업, 사회, 정부에 요구안을 전달하고 항의를 보낸다. 노조,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은 시민들은 연대의 뜻과 응원, 지지를 보낸다.

그런데 요즘 ‘노조를 해체시켜야 한다’라는 말이 나온다. 그 중심에는 ‘택배노조’, ‘마사회노조’가 있다.

그동안 택배노조, 택배노동자들을 향한 국민들의 응원은 대단했다. 감염병 사태로 많은 노동자들이 과로사하면서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을 때도, 택배노동자들의 공식 휴무일인 ‘택배 없는 날’이 지정됐을 때도 많은 국민들은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택배노조는 국민들 뒤통수 때리는 행보를 보였다. 억울한 횡포, 억울한 죽음에 맞서 정당하게 투쟁하던 이들은 억울한 죽음을 낳는 ‘갑질’, ‘가해자’로 변했다.

최근 CJ대한통운 김포장기택배대리점장 이모씨가 택배노조 조합원의 괴롭힘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억울한 죽음에 분통을 터트리던 택배노조는 고인의 죽음에 CJ대한통운 원청에도 책임이 있다는 ‘면피성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도 모자라 택배노조 간부가 비노조원인 택배 기사를 폭행하는 영상까지 공개됐다. 영상은 8초에 불과했지만, 작업대 위로 뛰어오른 뒤 맞은편에 있는 택배 기사 가슴을 발로 걷어차는 택배노조 간부의 모습은 8일이 지나도 잊을 수 없는 강한 충격을 안겼다.

택배노조만 노조의 참된 모습을 잃은 것일까. 마사회 노조도 별반 다를 바 없다.

최근 마사회가 실적부진 속에서도 일부 임원들을 위한 ‘황제승마’ 의혹이 불거져 나와 논란이 됐다. 한국마사회의 김낙순 전임 회장과 전임 A감사, 현직 B·C본부장 등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임원을 대상으로 한 승마 교육을 받아왔다는 것.

지난 2019년 11월 29일 부산 강서구 렛츠런파크 부산경남경마공원 내 기수 숙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문중원 기수과 관련된 관련자 처벌은 오리무중 상태다.

숨진 문 기수는 “5년 전 조교사 면허를 땄지만, 면허 취득 기간과 상관없이 마사회 고위 간부와 친분이 없으면 마방을 배정받을 수 없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겼다. 이후 시민사회단체들은 한국마사회 내부 각종 비리와 갑질을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마사회노조는 그 어떤 대책을 요구하거나 개선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오로지 본인들 살 길 찾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

이래도 노조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목적으로 조직한 단체라고 일컬을 수 있겠는가. ‘노조’라는 이름하에 다른 근로자를 죽이고, 본인 밥그릇에만 신경 쓰는 걸 정당화시키는 단체로 보일 뿐이다.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와 더 나은 노동환경을 위해 멀리 내다보던 노조, 이제는 사라졌고 되찾기에도 이미 늦은 상태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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