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에 가수 슬리피, 내년으로 예식 연기
전국신혼부부연합회, 화환 시위 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예비 신혼부부들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4단계로 격상돼 유지되면서 한숨 소리는 더 커졌다. 결혼식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일이 반복되는 등 예비부부의 시작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사진=슬리피 인스타그램
사진=슬리피 인스타그램

8일 가수 슬리피도 여느 신혼부부와 마찬가지로 결혼식 연기를 결정했다. 슬리피는 당초 올해 10월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지만 내년으로 예식을 미뤘다.

현재 정부 방역 지침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3?4단계에서 결혼식 참석 인원은 49명으로 제한한다.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에는 최대 99명까지 참석할 수 있다.

슬리피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더 안정적인 시기에 치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양가 가족들 판단에 내년으로 식을 미루기로 결정했다”고 입장을 전했다.

그는 예비 신부와 4년 연애 끝에 결혼이라는 결실을 맺게 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앞에 기다림은 더 길어졌다.

앞서 가수 겸 배우 이지훈 역시 일본인 예비 신부와 9월 결혼을 발표했지만, 일정을 한 달 미뤘다. 변이바이러스 유행으로 백신 접종 완료자가 한국 입국 시 자가 격리 면제를 받았던 혜택이 사라지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계속 변하는 정부의 새로운 방역 지침에 맞춰 결혼식을 올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결혼식은 대개 6개월~1년 이상 미리 준비한다. 당장 결혼식을 코앞에 남겨 둔 예비부부들은 새로운 지침에 촉각을 곤두세워보지만, 혼란만 커질 뿐이다.

결혼식을 미루면서 아쉬운 건 마음뿐이 아니다. 예식 연기 횟수나 기간에 따라 위약금이 발생하면서 비용 부담에 결국 결혼식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장기간 준비한 결혼식을 포기하고 스몰웨딩으로 눈을 돌리는 예비부부도 있다.

코로나19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예식장 표준약관 변경을 통해 위약금 없이 결혼식 일정이나 보증 인원을 조정하도록 했지만, 권고에 그치면서 실제 효과는 미비한 실정이다. 결혼식 참석 인원은 극도로 제한된 데에 반해 여전히 예식장에서는 결혼식 계약 시 식수 최소 보증 인원을 평균 150~300명으로 잡고 있다.

거리두기는 강화됐지만, 예식 관련 정부의 대책은 여전히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단계로 격상된 이후 소비자 상담 건수가 급격히 급증했다는 조사 결과가 예비부부의 한숨을 대신한다.

그저 눈물만 짓던 예비부부들은 더는 참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국신혼부부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화환 시위를 예고했다. 연합회는 예비부부와 신혼부부 등 6000여명으로 구성된 단체다.

이들은 지난 6일부터 적용되고 있는 거리두기 방역 지침과 관련 입장문을 통해 “현실을 전혀 모르는 채 정책을 짰고 개선된 점이 전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결혼식 참석 인원수를 제한했다면 최소 보증 인원도 정부가 그에 맞게 제한하거나 공정거래위원회에 강제적인 명령을 내려 실효성 있고 합리적인 지침을 세웠어야한다”며 현실적인 정책 마련을 요구했다.

연합회는 9일부터 서울 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인다.

저작권자 © 뉴스클레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