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서정 선수(왼쪽)와 우상혁 선수. 사진=올림픽·우상혁 선수 인스타그램
여서정 선수(왼쪽)와 우상혁 선수. 사진=올림픽·우상혁 선수 인스타그램

“진짜 1등하고 싶어요. 그래야 계속 수영할 수 있으니까요.”

영화 ‘4등’의 주인공 준호의 대사다.

2016년 개봉된 이 영화는 4등을 벗어나지 못 하는 초등학생 수영선수 준호의 이야기를 그렸다. 준호의 엄마는 준호의 1등을 위해 코치의 폭력행위도 눈감았다.

영화 속에 국한된 내용이 아니다. 한창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말이 떠돌았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운동선수에게는 엄격한 잣대가 들이 대진다.

스포츠 세계는 모든 것이 숫자로 기록되기에 순위가 나뉠 수밖에 없다. 1등이 2등보다 잘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순위로 평가받는 것은 스포츠 선수의 숙명이겠지만 확실히 시대는 변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을 보면 알 수 있다.

1일 치러졌던 육상 높이뛰기에서 우상혁 선수는 4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26년만에 갈아치운 2m35의 대기록이지만 메달 획득에 실패했기 때문에 선수 입장에서는 아쉬운 마음이 들 법도 하다.

그러나 25살의 우상혁은 달랐다.

경기를 뛰기 직전까지도 박수로 관객을 유도하고 카메라를 보고 환히 웃으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던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후회는 하나도 남지 않았다. 이제 시작이다”라고 밝혔다.

영화 속 준호는 1등을 해야 계속 운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진짜 4등 우상혁은 현재를 즐기고 다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대한민국 여자 체조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거머쥔 여서정 선수도 화제다.

19살의 여서정은 동메달을 손에 들고 시상식 위에서 환한 웃음을 보여줬다.

그녀의 아버지 여홍철이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놓친 아쉬움으로 시상대 위에 풀죽어 서 있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올림픽은 ‘세계인의 축제’라고 불린다. 세계인들은 축제를 즐기고 있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함께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물론 그간 올림픽만 바라보며 땀 흘린 선수들이 기대하는 성적을 얻지 못 했을 때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은 아니니 준비한 것만큼 끝까지 잘 이뤄낸다면 모두가 박수를 보낼 준비는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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