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브리타임
사진=에브리타임

‘지식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에서 교수에 의한, 학생에 의한 성희롱·성추행·성폭행 등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하지만 초·중·고교나 직장과 달리 대학 내 성폭력은 가해자에게서 피해자를 분리·보호할 법규가 없어 피해자들이 2차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학생들의 불안을 야기시키는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뉴스클레임>에서는 총 5회에 걸쳐 다뤄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페미니즘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제껏 본적 없는 모습에 남성들은 페미니즘에 이질감을 느꼈고 남성 중심인 공간에서 반페미니즘 정서를 드러냈다. 이러한 양상은 대학 커뮤니티에서도 나타났다.

서울대 ‘스누라이프’, 이화여대 ‘이화이언’, 고려대 ‘고파스’ 등 대학별 자체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다수의 대학에서 페이스북 페이지나 에브리타임 어플레이케이션(이하 앱) 등을 통해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2016~2017년 경에는 페이스북 페이지 중 ‘**대학교 대나무숲’, ‘**대 대신 전해드립니다’와 같은 것들이 유행해 대학 내 여론 형성 공론장으로 기능했고, 2018년 대학 미투도 이러한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공론화가 이뤄진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여성들은 에브리타임 앱 커뮤니티를 피하고 있다. 대부분의 종합대학 학생 수에서 남녀 비율이 비교적 균형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에브리타임 앱이 남성 중심 공간이 됐기 때문이다. 공론화의 장으로 온라인 공간이 활용돼야 하지만 페미니즘 의제 자체가 자유게시판 등에 진입하기 어려워 소규모 게시판으로 페미니즘 주제 게시판을 만들어 운영하고 의제를 구성하더라도 그 힘을 발휘할 수 없다. 결국 여성들은 불편하고 어려운 성차별적 온라인 공간을 회피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불편을 감수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다가 낙인이 찍히거나 신고를 당해 활동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커뮤니티 비판 계정 운영자와 학생들은 혐오표현이나 반 페미니즘 게시글에서 항의하거나 반박 댓글을 달다가 신고가 돼 오리혀 글쓰기를 못 하게 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 커뮤니티 비판 계정 운영자 A씨는 “여성으로써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게시글에 항의 댓글은 충분히 달 수 있다. 하지만 문제된 게시물이 삭제되지 않고 오히려 페미니즘 관련 글이 삭제되는 경우가 있다”며 “결국 머릿수 싸움이다. 남성들이 몰려와 ‘이게 불편해?’라고 말하면 말문이 턱 막힌다. 남초 성향으로 굳어지기 쉬운 공간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커뮤니티 비판 계정 운영자 B씨는 “수영복을 입은 여자 모델 사진을 올려놓고 성적 모욕을 하는 글이 올라오곤 한다. 직접적이진 않지만 성희롱적 글이 가득 담겼다. 성희롱 타켓은 일반인도 해당된다. 학생회장, 단과대 회장·부회장 사진을 에브리타임에 게시한 후 성희롱 공격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페미니즘과 인권 이슈에 대한 오해, 펌하와 비하가 에브리타임 앱의 주요 정서라는 점이 지적됐다. 특히 페미니즘에서 여성의 성적 대상화를 문제 삼는 방식을 비하하고, 성희롱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남성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역차별 담론’으로 연결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관련 교육이나 페미니즘 교육의 실효성도 거의 0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커뮤니티 비판 계정 운영자들은 “성희롱과 성폭력 문제가 젠더 권력의 문제라는 점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희롱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를 남성의 피해로 인식, 남성을 범죄자로 모는 것인 페미니즘이라고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며 “교육 내용의 문제라기보다는 방식의 문제다. 온라인 교육 형태여서 교육을 진지하게 듣고 변화할 수 있는 실질적 기회가 되긴 어렵다. 결국 여학생들의 역량 강화만이 답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대학 에브리타임 앱은 여성들의 목소리를 삭제하고 공론장에서 몰아내는 등 여성혐오가 만연한 공간이다. 여성혐오적 인식이나 성희롱에 대한 잘못된 인식 등이 개선되지 않고 유통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만 봐도 참여의 불평등 문제가 가장 핵심임을 확인할 수 있다”며 “여성들의 역량 강화를 통해 커뮤니티의 개선보다는 학내 새로운 운동의 흐름을 만들거나 외부적인 압력 행사가 가능한 사회적 변화를 끌어내는 운동을 해야 한다. 커뮤니티 앱 자체에 집중하지 않는 것도 현실적인 방법 중 하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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