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다큐멘터리3일' 영상 캡처
사진=KBS '다큐멘터리3일' 영상 캡처

버스와 함께 절대적 교통수단인 택시, 늦은 시간대에도 운행하며 대중교통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있다. 그러나 좁은 택시 안에서 하루 10시간 운전하는 택시노동자들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아파한다. 시민들의 발을 대신하는 택시노동자들의 노동환경과 임금체계, 처우 등이 어떠한지 <뉴스클레임>에서는 총 5회에 걸쳐 살펴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다. 마스크를 미착용한 승객은 기사 권한으로 탑승 거부를 할 수 있다. 감염병에서 안전하기 위한 조치가 택시 운전사들을 위험으로 몰고 있다.

최근 경북 포항에서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는 택시기사를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마스크 착용을 권유하는 택시 기사의 머리를 때리고 목을 조른 혐의를 받고 있다.

승객의 폭언과 욕설·협박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택시노동자들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택시 노동자는 환경적 특성상 정신건강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좁은 공간에서 폭언과 폭력, 폭행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택시노동자 10명 중 8명은 최근 1년간 승객으로부터 폭언·욕설·협박 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운행시간이 긴 1인1차제 택시노동자는 정신건강에 취약이 더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택시노동자가 장시간 운행으로 인한 신체건강에 취약한 집단임과 동시에 승객으로부터 스트레스, 감정 노동 등 정신건강에도 취약한 집단임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결과다.

승객으로부터 폭언·욕설·협박을 빈번하게 경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처는 매우 취약했다. 택시노동자 스스로의 대응에 있어서도 그냥 참고 넘어가는 것이 주된 방법이었다. 법적 대응은 0.8%에 그쳤고 즉시 제지하거나 맞대응했다는 답변은 8.5%에 불과했다. 회사에서조차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4.7%가 무급병가를, 19%가 유급병가를 부여했을 뿐 84.9%는 손을 놓았다.

결국 택시노동자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스스로를 보호하기 시작했다. 취객으로 보이면 태우지 않거나 운전하면서 승객의 행동을 감시, 목적지까지 빨리 가기 위해 과속하는 방식 등을 택했다. 택시노동자의 두려움이 승차거부와 과속운전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반복되는 폭언·욕설·협박 경험은 우울감을 유발시키고 심하게는 뇌심혈관계질환 발병까지 일으킨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 따르면 택시노동자는 전체 노동자 평균보다 뇌심혈관계질환 발병률이 3.45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건강검진 역시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실질적으로 택시노동자의 건강증진에 기여하지 못할 뿐 아니라 실질적인 예방과 치료에 있어서 비용적인 부담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택시노동자들은 기존 건강검진의 검사항목에 추가됐으면 하는 목록으로 ‘뇌혈관계’를 꼽았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결과로는 승객으로부터 폭언·욕설 등을 경험하는 비중이 높은 특성으로 인해 스트레스, 심리상담 등 정신건강에 관한 요구가 매우 높았다.

전문가들은 우울척도 검사, 삶의 질 척도 검사 등을 통해 정신건강에 취약한 택시노동자를 선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질환이 우려되는 택시노동자를 대상으로 상대적으로 취객 등을 상대하는 빈도가 높은 심야 운행에서 제외시키거나 2인1차제로의 전환이 필요한 점도 꼬집었다. 공황장애와 우울증 치료를 위한 심리상담, 정신건강클리닉 지원도 시급한 점도 주장했다.

장진희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은 “서울을 비롯한 주요 지방자치단체는 2년마다 택시회사 경영과 서비스를 평가하지만 정작 택시노동자의 노동환경과 밀접한 건강 항목은 조사 대상에서 빠져 있다”며 “택시노동자의 건강권 관련 항목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또 특수건강진단에 정신질환 검사와 우울척도도 추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편에서는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인 택시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정책이 어떠한 게 있는지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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