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는 국내에서 민사·형사 소송 제기, 미국의 법원과 ITC(미국국제무역위원회)에 소송 제기, FDA의 대웅제약 제품(주보)심의에 대한 청원 제기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대웅제약에 균주와 기술 도용 관련 의혹을 제기하며 미국진출을 저지하려고 시도했다. 특히 메디톡스는 ITC 소송제기를 앞두고는 30억원의 보상금을 내걸고 기술탈취 제보를 모집해 언론의 의아함을 자아냈다. 대웅제약과의 국내 민사소송가액의 3배가 되는 보상금을 내걸 정도로 소송 근거가 명확치 않았다는 반증으로 여겨진 것이다.

하지만 메디톡스는 국내 민형사 소송의 결과가 나오지 못한 상황과 미국 ITC 소송의 예비판결 내용을 비춰볼 때 그 어느 절차에서도 대웅제약의 균주 및 기술 절취에 대해 특정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서는 ‘관할권이 없다’는 이유로 소송자체가 기각됐다. 여기서 궁금한 것은 왜 한국이 아닌 관할권이 적용되지 않는 미국의 지방법원까지 가서 굳이 민사 소송을 제기했어야 했냐는 거다.

되레 ITC 소송의 재판과정에서는 메디톡스가 균주관리 및 유출과 관련해 무리하게 서류를 조작했음이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자사에 근무하다 퇴사한 이 모씨를 보톨리눔 균주와 보톨리눔 독소 제제 생산 기술자료를 무단 반출해 대웅제약으로 유출한 장본인이라고 지목했다. 그리고는 퇴사한 지 10여년이 지난 2017년 1월 서울지방경찰청에 대웅제약과 함께 그를 고소했다.

메디톡스는 이모씨에 대해 국내법원에서 소송을 제기하고 ITC에 제소를 하기도 했다. 메디톡스는 그것도 모자라 이씨가 근무했던 미국 퍼듀대학의 총장 등에게 허위내용으로 이메일을 보내 이씨를 비방하고 사설탐정까지 고용하여 감시하기도 했다는 게 이씨의 주장이다. 이씨는 메디톡스에서 퇴사한 뒤 대웅제약에서 자문을 제공했지만 메디톡스에 해를 끼치는 행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씨 측은 “메디톡스에서 퇴사한 뒤 대웅제약에 정상적인 자문을 제공한 바 있다”고 언급하며, “두 회사 중 어느 한곳의 이익을 해치는 행위를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메디톡스로부터 보툴리눔톡신 균주 및 생산기술 자료를 훔쳐 경쟁사인 대웅제약에 유출한 혐의로 소송을 당한 이모씨가 메디톡스와 정현호 대표, 글로벌사업부 임원인 유모씨를 상대로 지난 3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출한 것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이씨는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메디톡스에서 병역 특례로 입사해 근무했었다고 한다.

이모씨가 제기한 소송은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소송에서 가장 주요한 쟁점인 균주 절취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는 소장을 통해 메디톡스의 균주 절취 주장은 모두 허구이며, 이를 알면서도 대웅제약과의 소송에 이용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아 이러한 허위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씨 측 변호인은 “ITC 절차를 통해 제공받은 정보에 따르면 피고들이 의심하는 ‘메디톡스 회사 이메일에서 원고 개인 이메일로 자료 전송’, ‘메디톡스 자료 인쇄’는 메디톡스를 위한 지극히 정상적인 업무수행 과정에서 이뤄진 행위임이 확인됐고, 보툴리눔 균주 보관소 로그 기록 등의 결과 메디톡스의 균주를 절취하지 않았음이 모두 입증됐다”며 “오히려 메디톡스가 ITC에 제출한 자료 중에서는 원고의 서명이 누군가에 의해 위조된 서류가 발견되기도 하였다”고 언론 보도를 통해 밝혔다.

그는 또 소장에서 “피고들은 ITC 절차에서 원고와 관련된 자료들을 제출했는데, 국내 수사기관에는 이들 자료의 존재를 숨겨 원고의 무고함을 밝히는 것을 방해했다”며 “원고가 실험을 한 기억조차 없는 마스터 균주에 관한 3년 장기 안정성 시험 리포트 및 균주 특성화 보고서에서도 원고의 필체와 다른 필체로 원고의 서명이 기재돼 있다”고 주장한 내용이 보도되기도 했다.

이어 “재판을 통해 메디톡스 측의 허위고소 내용에 대한 본인의 결백이 조속히 입증될 것으로 기대해 지금까지 방어적으로 대응해 왔다”며 “그러나 메디톡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사설탐정까지 고용하여 지인들에게 협박 메일을 보내는 등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나아가 “본인의 결백함을 알면서도 수년간 다수의 소송을 제기하고 심지어 본인의 서명까지 위조해 재판에 제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메디톡스의 이러한 고의적인 불법행위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어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여기서 기자가 소송 제기 소식을 접하고 처음에 궁금했던 대목은 왜 2017년에 형사소송을 당했는데 2020년에 와서야 맞소송을 제기했냐는 것이었다. 상기의 보도 내용으로 볼 때 균주를 절취했다는 당사자로 지목된 이모씨는 메디톡스가 자신과 관련되어 재판부에 제출한 내용을 전혀 모른 채 ITC 소송에 참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ITC 재판부를 통해 재판에 참석해야 하는 경위를 확인했을 때 사실과 다른 내용들이 기재된 것을 확인하고 결국 본인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맞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국내 민사소송과 이 소송을 그대로 얹어 놓은 미국 ITC 소송은 균주 동일성에만 주목하고 있다. 즉 균주가 같으면 훔쳐갔다는 얘기가 된다. 도용의 경위와 대상, 시점에 대해 전혀 특정되지 못하고 입증이 힘든 상황에서도 균주의 동일성만으로 판단이 가능하다는 논리인 것이다. 같은 균주를 가졌을 것이라고 추측되는 타회사들에 소송을 걸어 동일성만 입증할 수 있다면 자사의 균주를 절취해갔다고 소송의 결론을 이끌 수 있다는 얘기다. 그 균주의 도용 과정을 명확히 입증하여 출처의 유래를 밝히는 것이 아닌 단순히 비교를 통해 ‘동일하거나 매우 유사하면 되는’ 상황이다.

국낸 민사소송에서 포자감정을 실시했고 대웅제약 균주는 포자를 형성했다. 이에 메디톡스는 ITC 소송에서 자사의 균주도 포자를 형성한다는 깜짝 소식을 와일드 카드로 제시했다. 국내 민사소송에서뿐만 아니라 ITC 소송에서도 메디톡스는 자사의 균주는 어떠한 경우에도 포자를 형성하지 않는다고 적시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왜 메디톡스는 먼저 진행되고 있던 국내 민사소송에서보다 ITC 소송에 먼저 포자를 형성한다고 제출한 것인가. ITC 재판부의 공신력이나 판결이 국내 민사재판부보다 더 상위라고 판단한 것일까? 아니면 국내 민사소송은 포자감정에만 국한된 상황이라 소장에 적시한 포자 미형성 내용에 대해 해명할 근거가 부족한 것일까? 진실은 재판결과를 통해 나오겠지만 재판을 성립하는 소장에 명시된 소송의 근간이 뒤집어지게 되면 그 재판은 과연 어떤 판결이 내려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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