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전경. 사진=뉴스클레임DB
대웅제약 전경. 사진=뉴스클레임DB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사이 보툴리눔 균주를 둘러싼 분쟁 관련 1차 예비결정에서 국내 민형사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을 발표해 파문이 일고 있다.

데이빗 쇼 ITC 행정판사는 예비결정문에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라며 10년의 수입 금지명령을 권고했다. 예비결정은 구속력이 없는 권고로 오는 11월에 있을 최종 결정까지 양사의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문제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결론 안에 권리 침해 당사자는 엘러간의 ‘보톡스’로만 적시됐다는 것이다. 메디톡스 입장에서는 실익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판결이었다.

“메디톡스의 기술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되나 손해는 엘러간만 입은 것이다”라는 ITC 행정판사의 판결은 기자 입장에서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어쩌면 ITC 입장에서는 명판결이었을까?

이번 ITC 소송의 결정적 계기는 엘러간이 2013년에 진행한 메디톡스의 ‘이노톡스’ 기술수입에 대한 계약서였다. 물론 2013년 계약이후 2018년까지 5년간 이노톡스는 임상에 돌입조차 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미국에서는 현재 아직까지 판매된 적이 없는 이노톡스 제품과 관련된 소송에 대해 ITC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대웅제약의 미국시장 진입을 방어할 명분이 없었던 엘러간은 자사의 균주와 기술로 만든 보톡스만 ITC 보호대상으로 지정되는 쾌거를 획득했다. 엘러간 입장에서는 대웅의 미국시장 진출을 견제함과 동시에 메디톡스의 이노톡스 제품이 ITC 판결에서 배제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받아낸 것이다.

엘러간과 메디톡스가 이토록 대웅제약의 미국시장 진입을 저지하고 싶은 이유는 어쩌면 대웅제약의 기술과 제품이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으며, 품질면에서 보톡스를 뛰어넘는 경쟁자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메디톡스의 품질 불량과 제품 허가 취소와 대비되는 대목이다. 어쩌면 대웅제약이 메디톡스 기술을 훔치지 않아서 FDA 승인이 가능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현재 수사 진척이 잘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이번 ITC 소송 결과를 통해 관련 진행이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어쩌면 민형사 수사 진척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내 형사에서도, 국내 민사에서도, 심지어 ITC 재판에서까지도 메디톡스는 전직원이 균주와 기술을 도용해서 대웅제약으로 전달했다는 근거를 전혀 입증하지 못했다.

오히려 메디톡스가 균주와 기술을 훔쳐갔다고 지목해 소송한 전직 직원이 ITC 재판에 출석하면서 메디톡스의 입증자료 상의 위조된 본인 서명을 보고 메디톡스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초유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메디톡스 로고. 사진=뉴스클레임DB
메디톡스 로고. 사진=뉴스클레임DB

2017년 처음 제기된 형사소송에서 지목된 이 전직 직원은 왜 2020년에 와서 결백을 주장하며 오히려 메디톡스를 상대로 제기했을까? 반대로 왜 형사소송은 조사를 모두 진행하고도 이렇게 지리멸렬하게 끌려가는 것일까?

민사소송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형사소송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향이 된다. 그 민사소송은 ITC 소송으로 동일한 내용으로 이어졌다. 형사소송에서 무혐의 결과가 나오면 민사소송은 진행 의미가 없어진다.

이번 ITC 예비결정의 흐름을 지켜보면서 어쩌면 국내 형사소송과 민사소송 결과조차도 연관성을 끊어낸 것인지도 모르겠다. ITC 소송은 엘러간의 보톡스만 권리침해를 당한 대상자로 인정했고, 이것은 국내 민형사의 결과에서 메디톡스가 지는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ITC 소송을 자체적으로 엘러간이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것은 아닌지 강한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오는 11월 최종결정을 발표해야 하는 ITC위원회는 딜레마에 봉착했다.

‘보톡스를 보호할 것인가, 아니면 ITC의 본연의 역할을 유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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