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쫓겨나는·양동 동자동 사람들

최미경 논설위원 승인 2020.06.29 17:54 의견 0
서울주거복지센터협회 등이 지난 17일 서울 개포동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옥 앞에서 '쫓겨날 위기의 양동 동자동 쪽방에 대한 공공주도 순환형 개발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동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험 속에 재개발을 이유로 집을 비워달라는 요구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양동·동자동 쪽방 주민들이 대표적인 경우다. 돈이 없어 당장 다른 곳으로 이사할 수 없는 이들에게 ‘안 나가면 다 때려 부수겠다’는 협박까지 일삼고 있다.  

지난 1월 20일 국토교통부와 서울, 영등포구가 ‘영등포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 및 도시 정비를 위한 공공주택 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재개발로 쪽방 주민을 내쫓지 않고 다시 정착하도록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대전 한 곳에만 확대 적용하고, 서울 다른 지역에 대한 계획은 없다. 

현재 양동 쪽방촌은 재개발이 진행 중이다. 양동과 도로 하나를 경계로 마주 보는 동자동 역시 재개발이 예정돼 있다. 10년 넘게 살아온 정든 터전에서 법적으로 보장된 대책조차 제공하지 않은 채 무조건적으로 내쫓는 행위는 뻔뻔함을 넘어 악질적이기까지 하다. 마치 가난은 큰 죄인 것 마냥 취급하곤 한다. 

감염병 공포에 퇴거 공포까지 시달리고 주민들은 국토부와 서울시를 향해 현재 개발구역으로 묶여 있는 모든 쪽방지역 퇴거를 당장 중단하고 순환형 개발을 확대 도입하라고 외치고 있다. 그러나 되돌림 없는 메아리가 되고 있다.

이 같은 행위를 막을 수 있는 건 공공의 개입뿐이다. 쪽방촌 주민들이 바라는 건 한가지다. 개발 사업의 책임자로서 서울시가 갈등을 중재하고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쪽방촌 주민들의 주거 공간을 빼앗는 일은 각자 집에서 자가격리하는 것부터가 방역의 시작이라고 말하는 질병관리본부의 말을 비웃는 꼴이나 다름없다. 

집은 생존에 필요한 물리적 공간으로서 최소 단위다. 서울시와 국토부는 쫓겨나는 양동·동자동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하루빨리 공공주택 재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코로나 백신이 개발돼도 주민 어느 하나 제대로 돌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코로나 n차 감염이 발생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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