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일터 ‘현대제철’②] “자본의 술수 쓰지마라”

김옥해 기자 승인 2020.03.26 10:45 의견 0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와 현대제철순천단조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25일 오전 주주총회가 열린 인천 중구 베스트웨스턴 하버파크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금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살인적인 노동 강도 속에서 고통 받고 있다. 죽음의 일터에 노출됐지만 이들의 호소를 들어주는 건 동료들뿐이다. 돈만 바라보는 기업들은 경영의 실패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뉴스클레임>은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기로 했다. 

현대제철이 금속노조와 노동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5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단조사업부 물적분할 계획을 승인했다. 현대제철순전단조공장 생산업무 전체를 담당해 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회사의 하청노동자로 전락해 삼중착취 구조 아래에 놓이게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현대제철의 일방적인 분사 발표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더욱 더 살인적인 노동강도에 처하게 되고 최악의 근로조건에 내몰릴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번 물적분할 결정으로 현대제철순천단조공장 사내하청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피고는 현대제철이 아닌 현대아이에프씨가 된다. 현대차의 경우 공장 내 2차 하청까지 현대차가 직접 고용하라는 하급심 판결이 나온 바 있으나 순천단조공장의 하청노동자들까지 현대제철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게 될 지는 미지수라는 설명이다. 

근로자들은 이번 물적분할에 대한 의심이 자동차를 넘어 철강업종으로 번지고 있는 불법파견 리스크를 우회하고 착취를 노골화하기 위한 자본의 술수라고 지적했다. 단조사업부가 별도법인으로 분할된다 하더라도 연결기준으로는 경영실적에 전혀 영양이 없다는 점 등을 봤을 때 숨겨진 회사의 불순한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근로자들은 “위탁생산, 생산전문회사 등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사실상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를 위축시키는 꼴이다. 노동자가 쓸모없어지면 쉽게 버리는 이중, 삼중의 착취 구조를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적자사업부로 낙인이 찍힌 순천단조공장은 현대차그룹 차원의 방침에 따라 자동차 금형강을 개발하고 있음에도 비용부담 발생과 적자 책임은 자회사 하청노동자들에게 떠넘길 게 뻔하다는 이야기다. 

고용안정을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규탄의 목소리를 굽히지 않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이들이 바라는 건 간단하다. 자회사 간접고용 생산 구조 확산을 중단하고 안전한 일자리로 전환하는 것이다. 주주들의 돈 잔치가 펼쳐져도 노동자가 없는 공장은 고철에 불과하다. 아무리 좋은 기술과 자본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근본적인 주체가 없으면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꼭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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