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서 감기 진료… "앞으로 돈 더 많이 낸다"

보험권 실손 보험 손해율 악화 우려…
본인부담금 증가→ 실손보험 청구 건수 증가→ 손해율↑

조현지 기자(금융IT분야 출입) 승인 2020.03.25 15:59 의견 0
사진=픽사베이

#고등학생 나수능(18·가명)씨는 지난달부터 감기에 시달리고 있다. 내년에 수능을 치러야 해서 올해 잠 줄이고 공부해도 모자랄 판국에 감기로 매일 힘만 빠진다. 감기를 아예 뿌리째 뽑고 싶다는 생각에 대형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받기로 했다. 그 결심은 곧 후회로 다가왔다. 대학병원 진료비가 동네병원보다 6배나 비쌌기 때문이다. 특히 약제비나 주사비 등 기타 비용도 절반은 본인 부담으로 이뤄졌다. 나 씨는 실손보험을 청구하기로 마음먹었다.

정부는 대형 병원으로 진료가 쏠리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특단의 조처를 했다. 이제 감기를 비롯한 가벼운 질환으로 대형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으면, 본인 부담 의료비는 동네 병원 대비 몇 배로 뛸 예정이다. 이는 보험사의 손해율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의 관측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감기와 같이 가벼운 질환으로 대형병원을 찾을 시 진료비를 더 내게 하는 ‘건강보험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오는 4월 내로 추가 의견을 받고 올 하반기부터 적용될 방침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정책은 안 그래도 나빠진 보험사의 손해율을 더 악화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본인부담금이 늘면 실손의료보험 청구를 생각하게 된다. 이 생각이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손해율로 전가되는 방식이다.

실제 보험사들은 지난해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의 손해율로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와 저금리 기조가 온 상황에서 보험권도 타격을 받았다. 엎친 데 덮쳐 보험권이 이번 정책으로 또 손해율 악화를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형병원 진료비의 자기부담금 상승은 가입자들이 구실손보험에 의존하도록 하는 꼴”이라며 “이번 정책은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막기 위한 방안이지만, 종합적인 고려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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