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자제? 머물 곳도 없어” 쪽방주민들의 울부짖음

‘양동 개발지역 쪽방주민 퇴거중단 및 주거대책 요구’ 기자회견
“뒷걸음치는 서울시, 쪽방 주민들 주거권 보장해야”

김옥해 기자 승인 2020.03.25 12:53 의견 0
25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쪽방촌 주민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옥해 기자

온 나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떠들썩하다. 안전문자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외출 자제를 강조하고 있다. 겉으로 쉬워 보이는 실천이지만 스스로의 안전조차 지키기 어려운 쪽방촌 주민들에겐 어렵다 못해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쪽방촌 주민들은 한 평 남짓한 공간조차 지키지 못하고 속절없이 퇴거로 몰리고 있다. 남대문 쪽방촌 주민들은 ‘영등포 모델 양동 쪽방에도 확대 적용하라’, ‘영구임대주택 제공해 재정착 보장하라’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 위해 서울시청 앞으로 모였다.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서울주거복지센터협의회 등 9개 단체로 이뤄진 2020홈리스주거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건물폐쇄, 퇴거 조치들은 쪽방지역이 개발지구로 정해짐에 따라 행해지는 조치다. 결정권자인 서울시는 개발로 인해 쫓겨나는 주민들에 대한 대책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20홈리스주거팀에 따르면 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총 21개 동의 쪽방 건물 중 5개 건물이 폐쇄됐다. 4개 건물 쪽방 주민들은 3, 4월 중 퇴거할 것을 강요당하고 있다. 주민들은 개발에 따라 제공해야 할 이주보상에서 쪽방 주민들을 제외시키기 위해 퇴거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쪽방주민들은 특히 서울시의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연계 쪽방촌 정비방안’을 꼬집으며 최악의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치 쪽방주민들을 위한 계획인 양 기술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사업시행자의 배를 불리고 주민들 간 갈등을 만드는 방안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25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양동 개발지역 쪽방주민 퇴거 대책 요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김옥해 기자

이날 마이크를 잡은 한 양동개발지역 쪽방주민은 “가족처럼, 친구처럼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이다. 겨우 살고 있는 사람들을 하루아침에 내쫓는다는 건 뻔뻔함을 넘어 악질적이다”며 “10여 년 동안 살아온 곳에서 쭉 살고 싶은 마음뿐이다. 박원순 시장은 뭐하고 있느냐.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 달라”고 울분을 토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참가자들은 “우리는 지금껏 여러 차례 서울시가 쪽방지역 개발 과정에 개입할 것을 요구했지만 서울시는 방관만 하고 있다”며 언제까지 가난한 이들의 흔적을 지우고 화려한 도시를 만드는 데에만 매진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함께 살던 이웃들이 떠나는 모습을 보며 불안에 떨고 있다. 언제 건물이 폐쇄될지, 언제 퇴거당할지 몰라 무서움에 휩싸여 있는 쪽방 주민들이다”며 “서울시는 책임감 있게 쪽방 주민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 나서야 한다. 더 이상 위태로운 삶들을 더 위태로운 곳으로 등떠미는 역사가 반복돼선 안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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