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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이 국책은행인데도 고객 수익과 보호는 뒷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새롭게 취임한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예상대로라면 가장 먼저 다뤄야 할 라임펀드 사태 문제를 뒤로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라임펀드 사태는 대규모 환매 중단을 불러온 사건으로 고객보호와 관리에 연관돼 있다. 다른 시중은행들은 해당 안건을 논의 후 대책까지 마련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을 제외한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국내 시중은행은 KPI 비이자수익 항목을 없앴다. 농협은행은 KPI 비이자수익 항목 점수를 80점으로 기존보다 70점 낮췄다. 이는 기존 150점과 비교하면 사실상 절반을 줄인 셈이다.

KPI는 기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성과지표다. 이 가운데 비이자수익은 은행권의 영업이익에서 이자이익을 제외한 것을 말한다. 송금과 ATM 수수료, 주식·채권·부동산 이익이 해당한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KPI는 지난해 들어 문제점이 크게 집중됐다. DLF(파생결합펀드)사태와 라임 펀드 사태가 그 주범이다.

DLF는 우리, 하나은행 등이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판매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가 독일 국채금리 하락으로 90% 이상의 엄청난 손실을 가져온 사태다.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의혹이 불거지면서, 해당 은행들이 신뢰도 문제로 비난을 받았다. DLF의 경우 추후에 불완전판매 비율 50% 이상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라임 사태는 은행과 증권사들이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를 판매하면서 고객에게 큰 손실을 입힌 사건이다. 라임 사태도 DLF와 마찬가지로 상품을 판매하면서 고객의 동의 없이 가입시키거나 사모펀드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아 불완전판매 의혹을 받았다. 특히 라임 사태는 폰지 사기와 수익률 조작까지 개입돼 있다는 후문이다.

금융권에 큰 태풍을 불러 온 두 사태는 은행직원들의 승진 욕심과 지나친 영업 심리가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자신의 KPI 성과지수를 높이기 위해, 고객들 눈물은 간과했다. 이후 은행권은 KPI에 대한 대책을 내세웠고, 그 결과가 비이자수익 항목 폐지와 축소였던 것이다. 그런데 IBK기업은행은 그 대상에서 혼자 쏙 빠졌다.

오히려 기업은행은 비이자수익 항목 폐지와 축소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단초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앞서 기업은행 측은 비이자수익에 대한 조치보단 불완전 판매 우려가 큰 경영 평가 지표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의지만 보이고, 아직까지 진전은 없다. 일각에선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시중은행의 모범이어야 하는데, 시중은행들보다 사건 해결에 있어 늑장을 부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제 26대 은행장 취임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IBK기업은행 제공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제 26대 은행장 취임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IBK기업은행 제공

올해 새롭게 취임된 윤 행장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직원들 하소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라임 사태 일어날 당시 윤 행장은 행장직에 없었지만, 이를 해결하는 과정이 곧 윤 행장의 실무 능력으로 평가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앞서 기업은행은 지난달 만80세 이상 고객에 대한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를 금지한 바 있다. 당시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기업은행은 전 영업점에서 만 80세 이상 고객의 고위험 파생결합상품 가입을 전면 금지했다. 대상은 파생결합펀드(DLF), 주가연계펀드(ELF), 파생결합신탁(DLT), 주가연계신탁(ELT) 등이다. 또 기업은행은 만 70세 이상에 대한 판매는 가능하나, KPI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투자성향 조사도 1일 1회로 제한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고령투자자를 대상으로 불완전판매를 방지해 고령 투자자 보호를 확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대책에도 금융권은 기업은행이 다른 은행에 비해 KPI에 대한 해결책이 미미하다는 반응이다. 기업은행의 ‘80세 이상 고위험상품 판매 제한’은 모든 투자자들을 위한 대책이 아닌 특정 연령층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60, 50, 40대 등 다른 연령층에서도 충분히 불완전 판매 우려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면, 다른 규제가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그동안 KPI 지표가 영업점 목표 달성이나 은행의 수익 증대에 치중되면서 고객에게 충분한 설명 없이 상품을 권유하는 등 불완전판매 원인이 되곤 했다”며 “상품 판매 자체보다는 소비자 수익률에 집중해 소비자 중심으로 KPI 지표를 개편하는 것은 바람직한 변화”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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