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공정위 결정, 산업은행 압박 효과 징후로 보이면 재심사 요구”
김경률 “아시아나항공 회생 가능성 극대화하는 작업부터 처리해야”
홍석만 “외국 따라 항공사 국유화 논의할 필요 있어”

16일 대한항공-아시아나 항공 합병의 문제점을 짚는 자리가 마련됐다. 양사의 합병 추진으로 고용뿐만 아니라 항공산업 생태계를 위협하고 연관 산업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는 이날 진행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무엇이 문제인가’ 국회 토론회에서 “산업은행이 법치국가 법과 기준을 무시한 채 공정위의 고유 권한을 침범하면서 두 항공사의 결합심사를 조속히 승인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 김재현 위원장은 “오랜 기간 동안 경영위기, 코로나19, 인수합병으로 인해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조합원들을 비롯해 아시아나항공 전 협력체 직원들에게 감히 안녕하시냐는 인사를 전하기 송구스럽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현재 정부와 산업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양대 항공사 통합에 대해 찬성 또는 반대 결정을 유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대형 항공사 통합이 법과 기준에 부합하는 결정이라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고 조합원들을 최대한 보호하는 선에서 통합 추진해 최선을 다해 협조해야 한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김재현 의원장은 “그러나 통합 발표 후 10개월 동안 국내 기업 결합 심사가 기약 없이 지연되고 있어 아시아나항공 전 직원이 겪고 있는 고통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산업은행이 언론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이 회생불가능한 회사임으로 통합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강조할 뿐, 심사를 위해 엄연히 존재하는 법적 기준과 절차를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국가 기관인 산업은행이 법치국가의 기준을 무시한 채 타 국가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의 고유 권한을 침범하면서까지 두 항공사의 결합심사를 조속히 승인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산업은행과 대한항공은 이러한 압박을 하기 전에 그동안 기준에 부합하는 통합을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 결정과 무관하게 해외 어느 한 국가라도 자국의 법적 기준에 따라 불허하다면, 통합이 무산되는 기업결합심사 특성을 비추어 봤을 때 이러한 압박은 필수선결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결정했다는 미숙함을 드러낸 것이거나 뒤늦게 잘못된 의사결정의 책임을 피하고자 하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 심사를 승인하기로 결정하고, 그 결정이 산업은행의 압박 효과로 인한 결정이라는 징후가 감지되면 우리는 공정위에 재심사를 요구하거나 법적으로 대응하는 등 모든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의 인수가 대한항공 소수 주주에게 손실을 전가하고, 산업은행 등 기존 채권자들은 책임을 피해간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경률 경제민주주의21 대표는 “산업은행이 기존 채권자의 채무조정 등 아시아나항공의 회생 가능성을 극대화화는 작업부터 처리하는 게 우선 과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직접적인 인수 주체인 대한항공에 산업은행이 지원하지 않고 한진칼에 지원하는 것은 경영권 분쟁에 국가가 부당하게 개입하는 것”이라며 “국가를 통상 마찰과 투자자 소송에 불필요하게 노출시키는 부주의한 행동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했다.

홍석만 참세상연구소 실장은 “코로나19로 항공업이 위기에 빠져 많은 국가들이 항공사 국유화에 나섰다. 이에 우리나라 정부도 항공사 국유화를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일, 이탈리아 등에선 항공산업을 국영 또는 국유 항공사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소수의 재벌이나 대주주의 지배가 아닌 국가·사회가 항공이라는 기간산업을 지배하는 구조로 재편돼야 한다. 대형 항공사 통합과 재무적 구조조정을 넘어 고용과 환경 주도의 항공 국유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16일 진행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무엇이 문제인가?' 국회토론회. 사진=김동길 기자
16일 진행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무엇이 문제인가?' 국회토론회. 사진=김동길 기자
저작권자 © 뉴스클레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