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연대본부, 15일 서울시청 앞에서 간호사 사직서 제출
“간호인력기준 발표하고 인력 즉각 충원하라” 요구

의료연대본부는 15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간호사 674명의 사직서를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제출했다.
의료연대본부는 15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간호사 674명의 사직서를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제출했다.

67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0 발생 이후 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서울의료원에서 사직한 간호사들의 숫자다.

그동안 보건의료노동자를 비롯한 의료연대본부는 간호 인력 부족 문제를 알리며 감염병동 인력 기준 마련을 요구해왔다. 서울시는 지난 1월 23일 감염병동 인력 기준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한다고 발표했고, 의료연대본부는 정보와 사례를 가지고 연구용역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서울시의 답변은 ‘기다려라’에 멈춰있다. 지난달 진행됐던 의료연대본부와 서울시의 면담 자리에서도 서울시는 보건복지부와 관련 논의를 하고 있으니 기다려달라는 말만 내놓았다. 장기화되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보건의료노동자들은 보건복지부가 마련한다는 인력 기준과 실행계획을 2개월이나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결국 의료보건노동자들은 병원을 나와, 거리로 나와, 서울시청 앞에서 ‘간호사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 안에는 ‘너무 많은 환자를 담당하다보니 환자를 제대로 간호할 수 없다. 매일 소진될 만큼 일해도 마음의 짐은 커져갔다 .코로나19 병동 운영으로 인해 일반 환자들의 중증도는 더 올라갔다. 인력충원에 대한 희망이 없어 도무지 병원에서 버틸 수가 없다. 죄송하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15일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제출된 간호사 674명의 사직서
15일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제출된 간호사 674명의 사직서

15일 간호사 사직서 제출에 참여한 서울대병원 간호사 A씨는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간호사의 현실을 알리고 대안을 촉구하고, 우리를 만나달라고 호소해왔다. 공포와 불안감이 휩싸이는 순간에도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어내며 환자들 곁을 지켜왔다”며 “하지만 열악한 노동 조건으로 인해 간호사들이 제대로 일할 수 없고 현장을 떠나가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감염병동의 간호인력기준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쉽게 말해, 간호사 1명이 몇 명의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것이 적정한지 기준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다른 문제는 둘째 지처다로 이것만큼은 시급하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라면서 제발 도와달라고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A씨는 마지막으로 서울시에 한 마디를 남겼다. “이 상태로 간호사들이 계속 일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간호사들이 병원을 떠나고 남겨질 환자들을 생각해봤는가. 도대체 무슨 근거로 아직도 상황을 낙관하며 감염병동 인력기준을 감춰두고 발표하지 않는 것인지 묻고 싶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당장 감염병동 간호인력기준을 발표해 시민들의 생명을 지켜야 한다. 간호사들이 더 이상 환자를 포기하지 않도록 병원을 바꿔야 한다. 이는 동료 간호사 674명의 사직서가 요구하는 바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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