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계대출 제한… 증가폭 크게 줄어
보험사, 제1금융권 대출규제로 ‘풍선효과’ 우려
이자 많이 내기 부담… 제1금융권 규제 풀어달라는 아우성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정부가 가계대출을 제한하고 나서, 금융권에서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전보단 가계대출 폭이 높아, 여전히 개선돼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또 제1금융권에 적용된 강한 규제 탓에 대출 자금이 제2금융권으로 몰리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제2금융권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이자가 적은 보험사에 자금이 쏠리고 있는 형국이다. 때문에 일부 보험사는 DSR 수준을 제1금융권과 동일하게 바꾸고 있다.

DSR는 연간 갚아야 하는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기존 60%에서 20% 내린 40%로 조정했다. 이는 제1금융권과 같은 비율이다. 제1금융권에 대출 규제가 내려진 상황에서, 보험사도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며 선제 대응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보험사는 금융당국 대출 규제에 주식매입자금대출 서비스도 속속 중단하고 있다. 현재 KB손해보험, NH농협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등이 주식매입자금대출을 중단했다. 금융당국이 가계 부채 증가세를 줄이려는 의지가 확고해 여러 규제를 내놓는 만큼, 다른 보험사들도 주식매입자금 대출 서비스를 잇달아 중단할 가능성이 나온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로 대출 증가세는 한풀 꺾인 모습이다. 금융위원회의 ‘8월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폭은 기존 15조 3000억원에서 8조 5000억원으로 낮아졌다. 증가 폭이 절반 가까이 줄은 셈이다. 하지만 아직까진 가계대출 증가 폭이 큰 편이라, 금융당국은 면밀히 가계대출 동향을 지켜보고 있다. 한편으론 가계대출이 준 만큼, 사람들은 더 살기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자영업자 이영진(34, 서울 마포구)씨는 “가계 대출이 줄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줄어도 소용없다. 서민들은 길바닥에 나 앉게 생겼다”고 비판했다.

또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하고 있다. 제1금융권에서 대출 규제로 제한이 커진 만큼, 제2금융권으로 사람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보험사의 대출채권 잔액이 늘어났다.

자영업자 김혜지(43, 서울 은평구)씨는 “은행을 왜 막는지 모르겠다. 제2금융권은 제1금융권보다 이자가 더 높은데, 이건 대출자에게 이자를 더 내게 하는 것밖에 안된다”며 “먹고 살기 어려워서 어디서든 자금을 구하긴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백반집을 하는 사장 김연희(55, 서울 광진구)씨는 “1금융권은 막고 더 비싼 이자 내게 하는 정부”라며 “약관 대출이라도 받는 건 그 돈이 정말 필요해서인데 1금융권을 왜 막는 건지 은행 대출 풀었으면 좋겠다. 대출자들을 제2금융권, 사채 등으로 몰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대출 조이기에 한창인 만큼 전 금융권으로 규제가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 된다”며 “특히 보험사는 대부분이 이미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에 근접해, 금융당국이 조만간 제2금융권에도 제1금융권과 같이 규제를 적용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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