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 김태호 PD, 20년 만에 MBC 퇴사
둥지 떠난 스타 PD들의 도전과 성과

김태호PD 사진=MBC 제공
김태호PD 사진=MBC 제공

MBC 예능국 간판 김태호 PD가 20년 몸담은 회사를 떠난다. 스타 PD들이 지상파 방송사를 떠나 이적하는 것이 이제 드문 일은 아니다. 새로운 실험과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 용기가 콘텐츠 시장에 활기를 불러일으킨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7일 MBC는 공식 입장을 통해 김태호 PD가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MBC 측은 “김 PD의 헌신적인 노력에 MBC와 MBC 예능본부는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라며 “새로운 도전을 계획하고 있는 김 PD 앞날에 응원을 보낸다”고 전했다.

김태호 PD는 2001년 MBC에 입사해 예능국에서 큰 활약을 펼친 바 있다. 그는 ‘무한도전’을 13년 동안 이끌며 수많은 시청자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현재 ‘놀면 뭐하니’ 연출을 맡고 있다.

같은 날 김태호 PD 역시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해당 소식을 알렸다.

그는 “개인적으로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전할 말씀이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2001년에 입사해서 올해까지 만 20년을 MBC 예능본부 PD로 살아오면서 자랑스럽고 행복했던 날들이 많았다”며 지난 시간을 회고했다.

김 PD는 “늘 새로움을 강조해왔지만, ‘나는 정작 무슨 변화를 꾀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점점 머릿속을 채워갔다. 그래서 비록 무모한 불나방으로 끝날지언정, 다양해지는 플랫폼과 급변하는 콘텐츠 시장을 보면서 이 흐름에 몸을 던져보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에 대해 확실히 정한 건 없다. 다만 오래 몸담은 회사에 미리 얘기하는 게 순서일 것 같아 지난 8월 초, MBC를 떠나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2021년 12월까지는 MBC 예능본부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며 “사원증을 반납한 이후에도 좋은 콘텐츠를 위해서 MBC와 협업하는 방법도 논의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김태호 PD는 해당 글을 통해 여러 플랫폼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거취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MBC 예능의 대명사 같았던 김태호 PD의 퇴사는 여러 의미를 지닌다.

앞서 각 지상파 방송을 대표했던 스타 PD들은 자리를 옮기며 새로운 도전과 실험을 선보였다. 종합편성채널 개국 당시 다수 PD들이 이적 대열에 합류하기도 했고, 케이블 채널로 적을 옮기기도 했다.

기존 방송사로서는 아쉬움이 남겠지만, 대표적으로 나영석 PD의 CJ ENM행은 누가 봐도 이견 없는 유익한 선택이었다.

KBS2 ‘1박 2일’에서 이름을 알린 나영석 PD는 CJ ENM으로 이적 후 tvN 시청률 견인에 큰 공을 세웠다.

그는 ‘꽃보다 할배’, ‘꽃보다 청춘’ 등 ‘꽃보다’ 시리즈를 시작으로 ‘삼시세끼’, ‘윤식당’, ‘신서유기’ 등 그야말로 예능의 역사를 새로 썼다.

새로운 볼거리와 신선한 재미에 시청자는 크게 호응했다.

KBS 출신인 신원호 PD도 CJ ENM으로 둥지를 옮기면서 ‘응답하라1997’ 등 ‘응답하라’ 시리즈와 ‘슬기로운 감빵생활’,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을 연출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MBC ‘황금어장’에서 활약한 여운혁 PD는 2011년 JTBC로 자리를 옮겨 ‘썰전’, ‘아는 형님’ 등을 기획했다. 현재는 연예기획사 미스틱 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해 새로운 콘텐츠 기획, 제작을 맡고 있다.

나영석 PD를 이끈 이명한 PD는 tvN 본부장 겸 CJ ENM 미디어콘텐츠본부장, 미디어 제작사업 부장을 역임하며 양질의 콘텐츠 생산에 힘쓰고 있다.

지상파를 떠난 스타 PD들의 성과는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시청률 성적은 물론 질적 측면에서도 좋은 콘텐츠를 끊임없이 배출하고 있다는 평가다.

현재 콘텐츠 시장은 OTT 등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거대 방송사가 아닌 개인도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는 시대에 오랜 경험과 관록이 무기인, 그래서 어쩌면 쉽게 안주할 수 있는 기성 PD들의 새 도전은 유의미하다. 그들이 창조할 새로운 장르에 대중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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