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가계대출을 줄이라는 정부 압박에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절반으로 축소했다. 또 대출금리도 상승 폭의 2배를 높여, 신용대출 가산금리는 치솟고 있는 형국이다. 대출 금리가 인상하는 데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도 한몫했다. 통상 기본금리가 오르면, 예·적금, 대출 등 금리들도 일제히 오르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올라 은행 상품들의 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다”며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무리하게 조정하고 있어 사람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은행에서 대출받을 의지가 있는 고객들은 갚을 능력이 있는데도 정부에서 이를 막아버리니 답답하다고 아우성친다. 또 한편으론 경기침체 속에서 유일하게 의지할 자금줄인 대출을 정부가 제한하니, 막막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코로나19 피해자 중에는 농촌 주민들도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1)이 코로나19에 따른 농촌주민들의 생활 어려움을 분석한 결과 75.4%는 공동급식 운영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조사됐다. 그만큼 음식을 납품하는 소상공인들의 삶이 불안정하기에 농촌 고령층들도 피해가 전가되는 것이다.

소상공인 김이진(54, 서울 도봉구)씨는 “대출 막 풀어주고 금리를 올려버리다니 이제부터 은행들의 시대가 열렸다”며 “대출받은 자영업자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라고 푸념했다.

대학생 이현수(24, 서울 마포구)씨는 “저금리로 대출의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이제야 문을 좁히다니”라며 “예·적금 금리나 팍팍 올려줬으면”이라고 전했다.

■ 시중은행 잇따라 마이너스 통장 한도↓… “정부의 차입 억제 정책에 협조 중”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앞서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줄인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을 뒤이어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기존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절반 축소했다. 은행들이 이렇게 앞다퉈 마이너스 통장한도를 줄이는 이유는 가계 대출을 줄이라는 정부의 권고 때문이다. 또 마이너스 통장은 고객들이 미리 받아놓는 경향이 있는데, 대출금리가 늘어나는 추세라 요즘 들어 그 경향이 짙어졌다.

실제 기준금리 인상에 대출 규제 소식이 전해지자, 시중 자금의 변화된 움직임이 보였다. 대출 시장에는 미리 돈을 빌려놓자는 가수요가 포착되기도 했다.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하나(34, 서울 도봉구)씨는 “대출은 왜 막는지 모르겠다. 그냥 주는 것도 아니고 이자까지 쳐서 갚는 거다”고 비판했다.

■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의 최대 수혜자는 은행… 예·적금과 대출 금리 비율 1:3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전 1.75%였던 기준금리를 계속해서 내리다 몇 개월간 0.5%로 동결했다. 이후 금리 인상의 긴 공백기를 가진 한국은행은 지난 8월 기준금리를 기존 0.5%에서 0.25p% 오른 0.75%로 결정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대출금리·예금금리·cp금리·cd금리·콜금리 등 다양한 금리들이 덩달아 오른다.

문제는 이 가운데 대출금리 상승 속도만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예금금리는 기준금리만큼 오르고 있다. 때문에 사람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 박진호(45, 서울 마포구)씨는 “금리 인상 등은 은행만 배 터지는 정책”이라며 “언제는 대출해 주고, 대출 부풀려 놓자마자 금리를 올린다. 코로나 시대에 은행만 연 30% 성장했다는 게 증거”라고 비난했다.

회사원 김예진(47, 서울 마포구)씨는 “은행들이 예금금리는 기준금리 오른 만큼 올리면서 대출금리는 배로 올린다. 사채업자인 줄”이라며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라는데, 정작 서민들은 대출이 막히고 전세는 하늘을 찌르고 완전 은행들을 위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주요 시중은행들은 빠르게 가계대출 금리를 올리고 있다”며 “앞으로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나오는데, 그렇게 되면 그에 따라 대출 금리도 함께 더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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