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윤미향 무소속 의원 SNS
사진=윤미향 무소속 의원 SNS

내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건설사들의 현장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작업중지권 적용 확대는 물론 안전교육을 위한 콘텐츠 제작, 안전인력 채용 등에 투자를 늘리는 모양새다. <뉴스클레임>은 이 같은 움직임이 언제, 어디서부터, 왜 시작됐는지,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어떠한지 기획을 통해 살펴보기로 했다.

최근 건설업계에서 안전 관리 강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내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법을 앞두고 사고가 많은 사각지대 중심으로 안전 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등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작업중지권’이다. 작업중지권은 노동자가 긴급한 위험이 있거나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작업을 중지시킬 수 있는 권리다. 쉽게 말해 추락, 낙하물 위험, 장비 등의 충돌, 협착·감전·화재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거나 혹은 발생했을 때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다.

실제 삼성물산에 따르면 작업중지권리 제도를 도입한 6개월 동안 총 2715건의 작업중지권이 활용됐다. 작업중지권 행사로 공사가 중단되고 차질이 빚어져도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피해는 없다. 협력회사의 손실에 대해 보상해주는 제도가 함께 운영되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작업중지권 관련 노동자 인센티브와 포상 제도를 확대해 우수제보자 포상,위험발굴 마일리지 적립 등 6개월간 1500명, 약 1억6600만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급박한 위험이 아니더라도 근로자가 스스로 판단해 안전할 권리를 요구하는 근로자 중심의 안전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설업계도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여 점차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청년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의 공이 크다.

김용균씨는 2018년 12월 10일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그는 발전소 컨베이어벨트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면 좁은 공간에 머리를 집어넣어 소리를 듣고 상황을 보고하는 일을 했다. 초속 5m로 움직이는 컨베이어벨트와 노동자 사이에는 보호막 하나 없었다. 언제 사고가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을 노동 현장은 결국 24살 청년의 목숨을 앗아갔다.

김용균씨의 충격적인 죽음 이후 ‘작업중지권 보장’은 사회적 화두로 급격히 떠올랐다. 작업중지권만 제대로 갖춰 있었더라도 안타까운 청년의 죽음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죽어버린 권리 앞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청년 노동자의 모습을 마주했지만, 아직도 현장에선 작업중지권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안전관리등급제 심사 결과에 따르면, 공공기관 10곳 중 3곳이 안전관리에 구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딘가에서 제2, 제3의 김용균씨가 충분히 나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기획재정부가 건설현장 등 위험한 작업 환경을 가진 98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안전관리 수준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등급을 매긴 결과, 안전관리에 시급한 개선이 필요한 4등급 이하의 기관은 33개에 달했다.

공기업 중에는 대한석탄공사, 중부발전, 해양환경공단 등이 안전관리 부실 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대한석탄공사의 경우, 현장 근로자가 위험 상황을 인지했을 때 요청할 수 있는 작업 중지 요청제 운영이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양환경공단은 작업 중지 요청제 운영에 대한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이 지적됐다.

지금도 고 김용균씨의 억울한 목소리는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오는 12월 10일, 3주기를 앞두고 발전소 현장에서 외주화된 노동으로 살아가는 김용균 동료들이 문재인정부에 약속했던 발전산업 안전강화대책을 이행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노동자 스스로가 위험을 감지하고, 위험에 처했을 때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권리만이 현장 안전을 강화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렇게 외치고 있다. 정부와 각 건설업계가 죽은 작업중지권을 살아있는 권리를 되돌리기 위한 노력을 이제라도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안타까운 죽음을 겪은 김용균씨를 위한 일이며, 위험 앞에 놓인 현재의 김용균을 살려내는 길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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