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자료사진. 뉴스클레임DB
택배노조 자료사진. 뉴스클레임DB

택배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앞장섰던 전국택배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이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이들에게 전해진 응원, 지지의 목소리는 한순간에 아니꼬운 눈초리로 바뀌었다. 택배노조원들의 집단 괴롭힘을 받았다는 유서를 남긴 채 극단적 선택을 한 ‘CJ대한통운 김포 대리점주 사건’ 때문이다.

한 언론이 입수해 보도한 택배노조 김포지회 단체대화방에는 집단 조롱, 욕설 등이 나무했다. 쓰러져 입원했다는 소장에게 “나이롱 아니냐”, “휠체어 안 타냐‘ 등의 조롱이 이어졌다.

대리점을 차지하자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화도 있다. 한 노조원이 “여기 계시는 노조 동지분들 때문에 점주가 대리점 포기를 한 상태다. 앞으로 더 많은 투쟁으로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다른 노조원은 “지금부터가 더 중요할 듯하다. 더 힘내서 대리점 먹어보자”라고 답했다.

택배노조는 조합원들이 점주에게 대리점 포기를 요구했다는 보도에 대해 ‘대리점 포기’가 아닌 ‘대리점 문제의 해결’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단체대화방에서 오간 대화는 개별 조합원의 설왕설래한 수준의 언급에 불과하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또 점주의 극단적 선택은 개인 채무 문제이고, 대리점 포기를 요구한 건 CJ대한통운 측이라고 주장했다.

택배노조의 해명은 비난만 더 키웠다. 유족 측은 택배노조의 기자회견을 두고 “고인의 죽음을 모욕하는 행위”라고 분노했다. 일각에선 택배노조를 해체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그동안 신종 코로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많은 택배노동자들이 과로사하자, 이를 개선해야 한다며 앞장서서 목소리를 냈던 택배노조다. 국민들은 택배노조, 택배노동자들을 향해 지지와 응원을 끊임없이 보냈다.

그런데 응원이 너무 지나치게 컸던 걸까. 이제 을이 아닌 갑이 된 것 같은 택배노조 모습은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로 비춰진다. 억울한 죽음에 맞서 투쟁하던 옛 모습과 달리 지금은 억울한 죽음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해명하기 급급하다.

물론 택배노조 입장에선 억울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앞서 내놓은 반론처럼 개별 조합원의 설왕설래한 수준의 언급에 불과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상황에서 억울함만 호소하는 건 옳다고 볼 수 없다. 지금은 고인의 죽음을 추모하고 잘못된 부분을 찾아 개선해야 할 때다. 억울한 죽음을 당한 택배노동자들을 추모하고, 잘못된 부분을 꼬집어 개선을 촉구하던 행동을 이제는 택배노조가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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