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주의자[機會主義者]

:일관된 입장을 지니지 못하고 그때그때 정세에 따라 이로운 쪽으로 행동하는 사람.

근현대사 통틀어 제일가는 기회주의자는 이인국이 아니었나.

1962년 발표된 전광용 작가 소설 ‘꺼삐딴 리’에 등장하는 인물 말이다.

이인국은 일제강점기 제국대학을 졸업한 지식인이며 의사다.

일제강점기부터 광복, 6·25전쟁을 거친 인물로 격변하는 시대 흐름 속에 권력에 빌붙어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는 친일파로 호의호식하며 살다 해방과 함께 소련군이 들어오면서 친일파로 몰려 수감되지만, 감옥 안에서 이질 환자를 치료하며 실력을 인정받게 된다. 이후 ‘꺼삐딴 리(captain lee)’로 불리며 부귀영화를 누리며 산다.

한국전쟁이 터지자 월남한 이인국은 미국 편에 붙었고, 미국 대사관 소속 브라운의 환심을 사 미국으로 건너가게 된다.

소설 속 ‘욕망덩어리’ 이인국은 조국과 민족은 뒷전인 채 변덕 죽 끓듯 입장을 바꾸어가며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만 사는 기회주의자로 그려진다.

꺼삐딴 리. 사진=을유문화사
꺼삐딴 리. 사진=을유문화사

최근 일부 정치인들 행보는 ‘꺼삐딴 리’를 떠올리게 한다.

‘인간 카멜레온’ 같은 그의 정치 행보가 결국 많은 이들의 우려를 현실로 만들었다.

지난달 31일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충청권 민심을 공략하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 어머니인 故육영수 여사 생가에 방문했다.

육 여사 전신 초상화 앞에 선 윤 전 총장은 3초간 묵념했고, 생가를 둘러본 뒤 소회를 전했다.

윤 전 총장은 ‘우리 육영수 여사님’이라는 칭호를 쓰며 “사회의 약자와 낮은 곳에 있는 분들을 늘 따뜻하고 어진 모습으로 대하셨다.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오래오래 잊히지 않는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제가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수사에 관여한 것은 맞다”며 “공직자로서 정부 인사 발령에 따라 소임을 다한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본격적인 대선후보 경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같은 윤석열 전 총장의 행보는 의견이 엇갈린다.

현장에 있던 일부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한목소리로 “박근혜 대통령을 (감옥에서) 꺼내 달라”며 윤 전 총장 이름을 연호하며 응원을 날렸다.

반대로 ‘박근혜 국정 농단’ 탄핵 수사에 앞장서며 ‘공정’과 ‘정의'를 외쳤지만, 최근 그의 행보만 보면 당시 외친 ‘공정’과 ‘정의’는 소설 같은 한낱 허구라는 비판의 말도 나온다.

일부 보수우익 단체는 윤 전 총장의 작금의 행태에 분노하기도 했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고문은 자신의 SNS를 통해 “윤석열이 육영수 여사 생가에 가서 선거운동 뛴다는데, 그렇게 박근혜, 육영수 이름 넣고 후원금 걷던 단체 단 하나도 이를 현장에서 저지하겠다는 성명서 하나 내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몇몇 단체는 윤석열을 에스코트한다. 이런 패륜적, 엽기적인 쇼로 정권을 잡을 수 있다고 떠들면 떠들수록 보수 세력은 심판받아 아예 사라져버릴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을) 마녀사냥 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육영수 여사 생가를 방문했다는 것은 거짓 가면 놀이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국민들은 “점점 산으로 간다”, “이렇게 줏대 없는 분이었나”, “정치가 무섭기는 무섭다”라며 싸늘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인국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미국 대사관 집에 초청받아 고려청자를 내어주고, 스텐코프 소련 장교 혹을 제거해주며 마음을 샀다.

지금 윤석열 대선주자는 진보에서도 보수에서도 변절자로 보는 이들이 많다. 윤석열에게는 치명적이다. 이를 만회해야 한다.

2021년 대한민국은 ‘꺼삐딴 리’ 같은 변절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국민의힘’보다는 국민의 힘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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