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 진열된 과일 모습.
대형마트에 진열된 과일 모습.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윗날만 같아라’는 속담이 있다. 팔월 추석날 음식을 많이 차려놓고 밤낮을 즐겁게 놀 듯, 한평생을 이처럼 지내고 싶다는 바람을 표현한 속담이다.

이러한 속담이 무색하게도 이번 추석은 조용하면서도 빠르게 지나갔으면 하는 힘겨운 명절로 느껴진다. 계속된 물가 상승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맞물린 탓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가게 문을 닫거나 일자리를 잃은 취약계층은 물론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서민들은 추석을 즐길 여유조차 없다.

전 국민 88%에게 지급되는 5차 재난지원금이 풀리면 서민들의 앓는 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금도 장바구니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데, 10조원이 넘는 재난지원금이 풀리면 높은 물가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정부가 전 국민에 1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후 농·축·수산물 가격이 오르기도 했다. 당시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1차 재난지원금 영향으로 국산 쇠고기는 10.6%, 돼지고기는 7.5%의 상승률을 보였다. 수산물은 전년보다 6.0% 상승했다.

이러한 전례가 있어, 정부는 축산물 수입을 확대해 소고기·돼지고기 공급량을 늘리고 농·축·수산물 할인 행사를 기획하는 등 추석 물가잡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5차 재난지원금이 되레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는 지우지 못 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추석 전에 지급되는 재난지원금으로 인해 주요 농·축·수산물 가격이 더 상승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30일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일반 쌀 20k의 소매가격은 6만1623원으로, 지난해 5만2479원 대비 17.4% 상승했다. 소고기 한우등심(100g) 가격은 1만3040원으로, 1년 전보다 8.5% 올랐다. 돼지고기(삼겹살)의 경우 100g당 2693원으로 지난해 비해 15.8% 상승했다.

과일 가격 상승세도 비상이다. 사과(홍로) 10개 가격은 2만3491만원으로 전년 대비 6.8% 상승했다. 복숭아(백도) 10개 가격은 지난해보다 30.4% 상승했다. 배 10개의 가격은 3만2390원으로, 전년 대비 12.8%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씨(32)씨는 “추석 선물로 과일을 사려고 마트에 갔는데, 그새 오른 값에 놀랐다. ‘명절이니까 오를 수도 있지’라는 생각을 뛰어넘을 정도로 가격이 올랐다”며 “지금도 과일값이 비싸서 사먹기가 두려운데, 월급 빼고 전부 오르는 물가에 지갑만 더 얇아질 거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억부 기획재정부 1차관은 추석 민생 안정 대책 최우선 과제인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해 16대 성수품 일평균 공급량을 평시 대비 1.4배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계란, 소고기, 돼지고기는 추가 대응을 위해 가격 안정 노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차관은 “추석 물가 상황을 매주 점검하고 대책이 계획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성수품 공급 상황·가격 동향 등 집중 관리를 위해 이날부터 내달 17일까지 수급안정 대책반을 운영한다. 성수품 수급 동향, 구매 의향, 비대면 거래 증가세 등을 고려해 소고기, 사과, 배 등 주요 성수품과 선물꾸러미 수요에 기반해 농협 계약물량 공급일정을 조정하는 등 성수품 수급 관리에 방점을 둘 계획이다.

박영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올해 추석에는 코로나19 장기화에 지친 국민들이 따뜻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사과, 배 등 성수품을 예년보다 대폭 확대 공급할 계획”이라며 “성수품 공급 관리와 수급 안정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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