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클레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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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는 자영업자 정모(37, 서울 종로구)씨는 빚더미에 앉게 생겼다. 그는 “코로나19로 매출이 줄었다. 연이은 영업정지로 많이 일하고 많이 벌고 싶어도 못한다”며 “먹고 살기는 해야 하니 대출을 받았는데 계속 장사가 안되는 판국에 어떻게 갚을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가뜩이나 늘어난 채무에 기준금리까지 올랐으니, 기존 대출자들은 불난 집에 부채질을 당한 꼴이다.

◇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여파 ‘일파만파’

3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기존 0.5%에서 0.25p%올린 0.75%로 결정했다. 당초 몇 개월간 0.5%로 동결돼 온 것을 고려하면, 이번 결정은 한국은행이 오랜 기간 고심 끝에 내린 결정으로 판단된다.

한국은행이 쏘아 올린 공은 당장 자영업자의 생계 문제에 악영향을 끼칠 거라는 분석이 많다. 특히 고정금리가 아닌 ‘변동금리’로 대출을 진행한 자영업자들은 원금도 갚기 힘든 상황에 늘어난 이자 폭탄을 감당하게 생겼다고 입을 모은다. 금리 인상은 집값에도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기존 증가세보다 더 가파르게 올라갔다. 또 각종 규제로 인해 부동산 시장은 걷잡을 수 없이 상승세가 커졌다. 늘어난 금리가 이 상승세를 잡을 수 있을지 금융권은 집중하고 있다.

◇소상공인들 “매장에 파리 날린다”… 영세 소상공인 영업 제한 손실 보상 뭇매

영업 제한으로 매출이 지속해서 줄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소상공인 희망 회복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정작 받는 이들은 달갑지 않아 하는 분위기다. 금리 인상으로 갚아야 할 돈은 늘어나고, 실질적인 돈벌이인 영업에선 운영 제한 탓에 돈을 벌어들이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사실상 푼돈인 희망 자금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한은진(46, 은평구)씨는 <뉴스클레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집합금지 1년 이상 되고 나서 오는 손님들이 줄었다. 굶어 죽게 생겼는데, 자금만 준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며 “쥐꼬리만큼 받은 지원금으론 가게 월세도 못 낸다”고 하소연했다.

◇10~11월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대출 금리 덩달아 오른다

기준금리가 0.25p%올라, 예·적금 금리를 비롯한 대출금리도 함께 올라가는 와중에 이마저도 앞으로 더 올라갈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코로나19로 매출은 여전히 하락세인데, 금리 인상에 대출 규제까지 맞게 된 자영업자는 비상 불이 켜졌다.

증권사 20곳 중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리포트를 낸 곳은 절반을 넘어섰다. 그만큼 연내에 금리 인상이 한 번 더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은 불과 일주일 만에 6배나 뛰었다. 대출 금리가 더 높아지기 전에, 대출을 받아 줄어든 매출을 메우려는 심리가 작용한 모양새다.

술집을 운영하는 이영진(31, 서울 광진구)씨도 “늘어난 이자도 무섭지만, 앞으로 굶어 죽을까 봐 그게 더 무섭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계속해서 나오는 와중에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어 미리 대출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정안준(52, 서울 종로구)씨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대출 금리도 올라간다는 소식이 많았는데도 내가 창구를 들렀을 땐 나처럼 대출받으러 온 사람들이 꽤 있었다”며 “예·적금 금리는 이미 기준금리의 영향을 받았던데 대출금리도 더 오를까 봐 무서워서 미리 대출받아놓기로 결정했다”고 토로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금리 인상 소식 때문인지 최근 신용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도 커지면서, 미리 대출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려는 소상공인 등 어려운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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