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국 법무부 차관 황제 의전 논란… 촬영기자 요청었다지만, 보는 이 민망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한 커플이 있었다.

연애를 시작한 지 3개월쯤 됐을 무렵이다.

주말, 그들도 여느 연인들처럼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그날따라 날씨가 꾸부정했다. 연인들의 데이트를 시기라도 하듯 하늘은 잔뜩 울상이었고 언제라도 울 타이밍만 재고 있었다.

그러다 왈칵 울음을 쏟아내듯 강바람에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원래 한강은 햇볕 쨍쨍한 날보다 약간 우중충하고 흐린 날이 더 운치 있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다.

남자친구는 행여 짝꿍이 비에 맞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이럴 땐 살이 나간 우산이라도 간절하다. 곧 바로 편의점에서 비닐로 된 작은 우산을 산다.

연애할 땐 꼭 그런다. 뭐든 하나로 둘이 함께 한다. 연애의 맛이다. 우산 하나로 둘이 나누어 쓰려니 서로 더 가까워져서 좋긴 하지만, 둘 다 손해다. 우산을 쓰나마나다.

비 올 때 우산 쓰는 방법은 가장 이기적이여야 한다.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비가 안 맞도록 하는 것인데, 연인들에게는 안 통하는 방법이다.

법무부 차관과 직원의 우산 의전이 논란이다.

27일 기상청은 일기예보를 통해 하루 종일 전국적으로 흐리고 비가 온다는 소식을 전했다. 예보대로 전국은 가을비가 보슬 보슬 내렸다.

이날 오전 강성국 법무부 차관은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에서 아프가니스탄 특별입국자 정착과 관련해 브리핑을 했다.

그 과정에서 법무부 관계자가 무릎까지 꿇으며 차관 뒤에서 우산을 대신 들고 있었다.

현장 사진기자들에게 이 모습이 찍혔고, 같은 날 오후 무릎 꿇고 차관을 의전 하는 법무부 공무원의 사진이 보도됐다.

이 사진 한 장에 야권은 논평까지 냈다. 황제 의전을 해명하고 사과하라는 것이었다.

사진만 보면 아직도 꼰대(?)와 눈치 없는 차관에 과잉 충성(?)하는 직원 쯤으로 설명될지 싶다.

무릎까지 꿇으면서 한 브리핑은 잘 됐을까. 차관도 브리핑자료도 비에 모두 젖었다. 전혀 쓸모없는 의전이었다는 거다.

담당 보좌진은 왜 굳이 그렇게까지 의전을 했나. 취재진의 요청에 의해 자세를 낮추다보니, 무릎까지 꿇게 된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이를 대변하듯, 현장에 있던 일부 언론들도 해명을 거들었다. 차관이나, 무릎꿇던 보좌진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이다.

거들게 따로 있지.

넌센스는 무릎꿇는 장면은 현장 촬영기자에 의해 연출된 사진이었지만, 이를 현장기자들이 찍어 보도했다. 현장에서 어쩔 수 없는 상황까지도 여과없이 출고한 것이다.

이런 자초지종에도 현장 상황을 곱씹지 않을 수 없다.

차관이 직접 우산을 받치고 자료집을 넘겨가며 브리핑하는 게 어려웠을까. 차라리 우비를 입지. 애초에 차관이 결정해서 스스로 우산을 썼더라면 이런 소모적인 논란이 일어났을까. 왜 아직까지 저런 의전을 해야 했나.

그들은 결코 연인 사이가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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