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약품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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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약품 오너에 대한 일부 임직원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오너일가에 대한 과도한 퇴직금 지급기준 때문이다.

제약 업계 전반에선 ‘ESG 경영’ 화두다.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사회적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ESG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오너리스크 쇄신을 위해 주주총회에서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안국약품은 기소된 오너가 재판 진행 중인 상황에 주주총회를 열어 퇴직금 지급 규정을 통과시켰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안국약품은 어진 부회장이 회사를 떠날 경우 기준 금액의 10%에 재임기간×4배를 곱한 금액을 퇴직금으로 지급한다. 기준금액은 퇴임일로부터 최근 3년간 지급받은 급여의 연평균 환산액이다. 비과세 소득은 제외된다.

이 규정은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결정됐다. 안국약품은 이 주주총회에서 회장과 부회장에게는 재임기간의 4배수, 사장은 2배수, 부사장은 1.8배수, 전무와 상무는 1.5배수로 지급률을 매겼다. 다만 임원이 임기 만료 후 연임됐을 경우 퇴임으로 보지 않고 연임 기간을 합산해 현실적으로 퇴임했을 때 퇴직금을 계산해 지급한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어진 부회장 등 안국약품 오너일가가 포함된 등기이사의 3년간 평균 연봉이 약 3억500만원인 것을 보면, 어진 부회장의 퇴직금은 최소 3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통상적으로 오너일가들의 퇴직금은 일반 직장인의 산정방식과 뚜렷한 차이가 있다. 업무 강도와 회사에 대한 공헌도 등을 감안해 일반 직원들의 퇴직금 지급률보다 높게 매겨진다.

하지만 일부 임직원들 사이에선 안국약품의 적자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오너일가 퇴직금 챙겨주기’는 도덕적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안국약품은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은 1434억원, 영업손실은 6121만원, 당기순손실은 14억원이다. 2019년 매출 1558억원, 영업이익 4억원, 당기순이익 21억원과 큰 차이가 난다.

직원들의 보수도 줄어들었다. 안국약품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안국약품 직원 수는 총 423명이다. 이들이 받은 총급여는 약 222억원이다. 2019년 461명이 받은 269억원보다 47억원 감소한 금액이다. 줄어든 직원 수가 38명임을 고려해도 급감한 수준이다.

안국약품 내 제약 영업 관계자는 "회사가 적자 수렁에 빠졌음에도 오너에 거액의 퇴직금을 챙겨주는 말도 안 되는 규정을 만들었다"고 토로했다.

한편 어진 부회장은 89억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 의사 85명에게 제공한 혐의로 2019년 7월 기소됐다. 같은 해 9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 없이 중앙연구소 직원들에게 미승인 약품을 투약하는 등 불법 임상시험을 했다는 혐의로 구속됐다.

어진 부회장의 불법 임상 및 리베이트 혐의와 관련된 재판은 현재 1심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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