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행동 “서울 중구청은 거리 노숙 물품 폐기처분 중단해야”

‘거리홈리스 코로나19 집단감염’ 소식이 전해진 이후 서울역 주변 모습. 사진=홈리스행동
‘거리홈리스 코로나19 집단감염’ 소식이 전해진 이후 서울역 주변 모습. 사진=홈리스행동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어느새 ‘집에 머물라’, ‘거리두기’란 말은 당연한 생활 규범이 됐다. 그러나 거리에서 잠을 잘 수밖에 없는 누군가에겐 무엇보다 지키기 어려운 말들이다.

코로나19 이후 거리 홈리스의 짐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심해지고 있다. 역내 비치한 짐에 쓰레기를 치우라는 경고를 붙이고 가는가 하면, 잠자리에 깔아둔 박스와 가방에 ‘폐기물 무단 적치’라는 계고장이 달린다.

최근 서울역 인근 거리 홈리스들의 짐이 서울 중구청의 쓰레기차에 실리는 일이 발생했다. 거리에서 생활하는 이씨는 지난 9일 철거 예고장을 보고 ‘7월 16일에 철수하겠다’는 메모를 남겼다. 하지만 서울 중구청 측은 이씨의 부탁을 아랑곳하지 않고 13일 그의 모든 짐을 폐기했다. 이씨의 주민등록증, 틀니 등은 보관절차도 없이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렸다.

서울중구청 측은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이씨의 짐을 투기된 폐기물로 보고 철거했다고 밝혔다. 현재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사람의 생활이나 사업 활동에 필요하지 아니하게 된 물질’을 폐기물로 정의한다.

홈리스행동은 이모씨의 가방과 물건은 폐기물이 아니라며 중구청에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홈리스행동은 26일 성명을 통해 “이씨의 짐은 폐기물이 아니다. 그 안에는 여름에 사용하려고 미리 얻어 둔 담요와 갈아입을 옷가지가 담겨 있었다. 남루하다 해도 결코 폐기물이라 할 수 없는 것이 폐기물 관리법에 따라 버려졌고, 보관 기간조차 없이 소멸됐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일이 발생한 건 ‘짐’이 아닌 ‘집’이 문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홈리스행동은 “싹쓸이 철거는 민원이나 환경개선을 이유로 일어나지만, 거리에 있는 홈리스의 짐은 짐이 아닌 집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홈리스행동은 “반복적인 싹쓸이 철거, 당사자의 의견과 사정은 무시하는 행정의 태도, 소지품을 쓰레기 취급하는 모욕이 홈리스 당사자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며 “홈리스의 짐을 쓰레기 취급하는 건 홈리스의 삶을 쓰레기 취급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7월 16일까지 말미를 달라는 당사자의 요청조차 폐기한 중구청에게 폐기된 물품에 상응하는 마땅한 보상과 사과를 요구한다. 더불어 당사자의 짐을 ‘폐기물’로 보고 보관기간 조차 없이 압축 폐기하는 관행을 완전히 중단할 것을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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