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 선한 사람이라도 힘이 없으면 상대방을 이해할 수 없고 보살펴줄 수 없다는 의미다. 이는 자기 자신에게도 해당된다. 누구나 살아가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체력이 있다면 스스로를 다독여 다정함으로 극복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울해질 수 있다. 정도가 심해지면 자살 충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이를 ‘우울증’이라고 부른다.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인식은 높아졌지만, 이로 인한 슬픈 소식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현대인들을 괴롭히는 우울증에는 무엇이 있는지, 어떤 식으로 감정을 갉아먹고 있는지 <뉴스클레임>이 연속기획으로 살펴보았다. <편집자주>

자신에 대한 정보를 밝히고 싶어 하지 않았기에 A씨라고 부르겠다.

대학교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A씨.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을 시도하고 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포기 직전 상태라고. 내년에 30살이 되지만 뭐 하나 내세울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 생활을 전전하는 제 모습이 한심해 보인다고 말했다. 친구들에게 힘듦을 토로하기도 미안해서 연락도 끊고, 한동안 외출도 하지 않았다고.

A씨는 “어느 날 아무 이유 없이 슬프거나 공허함을 느끼고 잠을 잘 못 잤다.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자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눈을 딱 감고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다행히 지인이 정신과에 데려다줬고,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지금은 약물 처방을 받으며 상담치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지인에게 한 전화 한 통화가 자신을 살렸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우울함을 방치했다면 여름도 마주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인에게 고맙다는 말도 못 건넸을 것이다. 그냥 모든 걸 놓고 싶었는데 ‘에라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나를 살렸다”고 전했다.

끝으로 A씨는 이 한마디를 남겼다. “만약 우울함에 빠져있는 분들이 계신다면, 마지막 용기를 가지고 지인에게 전화나 문자 한통을 건네길 바란다. 그 용기가 당신을 살릴지도 모른다.”

현대사회에서 무기력, 우울함 없는 사람은 보기 힘들 것이다. 빡빡하게 돌아가는 일상에 감염병 사태까지 덮쳤으니, 현재 지니고 있는 우울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할 것이다.

그렇다고 우울증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그렇진 않다. 우울한 기분이 정상적인 생활을 방해한다면 우울증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밥을 먹고 외출해 산책을 하는 게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면, 우울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누군가는 우울증에 걸린 사람에게‘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 되지 않느냐’, ‘왜 방치만 하고 있느냐’라는 볼멘소리를 던지곤 한다.

이는 무지하기 때문에 내뱉을 수 있는 말이다. 씻고 밥을 먹고 옷을 입고 외출하는 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울증 환자들에겐 그 무엇보다도 어렵고 힘든 일이다. 씻을 힘조차 없고 밥을 먹고 싶은 욕구가 없으며, 발 한 발자국 내딛기도 싫을뿐더러 숨 쉬는 것도 이들에겐 힘겹다.

그런데 가만히 있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러 말을 쏟아내 더욱 우울감에 몰아넣는 경우가 있다. 자기 입장에선 생각해서 한 행동이라지만, 우울증 환자들 손에 칼을 직접 쥐어주는 거나 마찬가지다.

“왜 죽어야만 했나요”, “왜 방치를 했나요”라는 질문을 던지기 전에 그에게 어떤 도움을 줬는지 생각해보는 게 먼저다. 의욕이 없고 무기력한 우울증 환자에게 집 앞 산책을 권유한 적이 있는지, 한 밥상에 마주 앉아 밥을 먹었는지, 많은 대화가 아니라도 상대방이 건네는 말에 한번이라도 답변을 해줬는지 말이다.

그렇다고 무리한 요구를 해선 안 된다. 우울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권유를 하면 좌절감을 줘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킨다. 가벼운 운동, 취미 활동 등을 하도록 권유하며 서서히 우울의 감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해야 한다.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병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울증 발생 이후 3개월까지가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시기라고 한다. 이때 약물 치료를 하면 효과가 가장 좋다고.

서울심리지원 서남센터 김영숙 팀장은 “우울증은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약을 복용하는 게 가장 좋다. 약물치료가 싫다면 상담치료도 좋은 방법이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우울증은 본인 스스로 이겨내기 힘들기에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숙 팀장은 “지인들의 말 한마디, 관심 하나가 우울증 환자들에겐 큰 힘이 된다. 같이 산책을 하고 대화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힘든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이나 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상담 전화 1393, 정신 건강 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번, 그리고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게’ 앱, 카카오톡 등 24시간 전문가의 상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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