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 계속
정신과 방문 후 치료 방법 찾아야… ‘자살 경고 신호’ 캐치 중요
자살 예방 위한 관련 예산 대폭 증액 촉구하는 목소리도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 선한 사람이라도 힘이 없으면 상대방을 이해할 수 없고 보살펴줄 수 없다는 의미다. 이는 자기 자신에게도 해당된다. 누구나 살아가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체력이 있다면 스스로를 다독여 다정함으로 극복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울해질 수 있다. 정도가 심해지면 자살 충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이를 ‘우울증’이라고 부른다.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인식은 높아졌지만, 이로 인한 슬픈 소식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현대인들을 괴롭히는 우울증에는 무엇이 있는지, 어떤 식으로 감정을 갉아먹고 있는지 <뉴스클레임>이 연속기획으로 살펴보았다. <편집자주>

경남 거제의 한 해양파출소에서 1년여간 근무하다 지난 3월 8일 통영 해경으로 전출된 경장이 18일 만에 세상을 등졌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업무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발병하면서 난 사고’로 판단했다.

20일 통영경찰에 따르면 통영해경 A경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과 관련해 직장 내 업무 스트레스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낯선 업무 환경과 합동 근무에서의 소외 등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우울증이 발병·악화한 것으로 봤다.

최근 부산 한 보건소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일을 맡던 간호직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전국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5월 부산 동구보건소 간호직 공무원 B씨가 자택에서 숨졌다. 유족 측은 B씨가 해당 보건소로부터 업무를 과다하게 부여받는 등 격무에 시달리다 우울증 증세로 숨졌다고 주장했다.

B씨는 과다한 업무로 피로가 누적되자 포털에 우울 관련 단어도 검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불안장애, 공황장애, 두통, 치매 등 신체적 증상은 물론 정신과, 우울증 등 단어를 찾아보기도 했다.

대구 지역 초등학교 돌봄전담사 C씨는 지난 3월 전보 후 1개 돌봄교실에서 2개 돌봄교실의 학생 53명을 한꺼번에 담당하게 된 후 극심한 업무 과중을 호소했다. 그는 병가 기간에 스트레스성 우울증을 진단받았고,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몇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으나 C씨가 업무 과중에 따른 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이전 학교에서 업무나 생활에 전혀 문제가 없었고 지병도 없었던 바, 대구시교육청과 학교에 C씨의 사망에 도의적 책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우울’이다.

대한민국은 OECD 최고수준의 자살률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정신건강의 악화와 자살률의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극단적 선택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삶에 희망을 불어넣어줄 방법은 많다.

먼저, 우울증 증상이 심해지면 가까운 정신과에 방문해 의사와 상의 후 나에게 맞는 치료방법을 찾는 게 가장 좋다.

직간접적으로 ‘자살 경고 신호’를 보내는 주위 사람들에게 관심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심한 우울증을 앓다가 갑자기 편해 보이고 행복해진 듯 보이는 사람이 있다. 겉으로 보기엔 우울증이 다 나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살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만약 주변에 우울증을 겪는 지인이 있다면 혼자가 아니며 주위에 걱정하고 도움을 줄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켜줘야 한다.

서울심리지원 서남센터 김영숙 팀장은 <뉴스클레임>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매우 중요하다. 비록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생활이 이어지고 있지만, 전화나 문자 메시지, 카카오톡 등을 통해 주기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상대방을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살 예방을 위해 관련 예산을 대폭 증액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한국생명운동연대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매년 10만명 이상의 자살 유가족이 발생하고 있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경우 재시도 위험성은 25배에 달하며, 자살 유족도 극단적 선택 위험이 일반인보다 8.3배 높다. 그러나 자살 예방 예산은 일본의 160분의 1에 불과하다.

한국생명운동연대는 “2022년부터 자살 예방 예산을 매년 3.6배씩 증액해 2025년 일본에 근접한 수준의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 2022년 자살 예방 예산이 정부 예산안대로 확보돼야 하고, 추가예산 형태로 2배 이상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양두석 안실련 자살예방센터장은 “2025년까지 매년 3.6배 이상의 자살 예방 예산을 관련 부처들에 배정해 온 부처가 적극적으로 귀중한 생명을 살리는 자살 예방 활동 사업을 전개해야 자살률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힘든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이나 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상담 전화 1393, 정신 건강 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번, 그리고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게’ 앱, 카카오톡 등 24시간 전문가의 상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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