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우울증 호소 여전
청년층 우울점수 6.7점… 감염병 사태 이후 우울감 증가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 선한 사람이라도 힘이 없으면 상대방을 이해할 수 없고 보살펴줄 수 없다는 의미다. 이는 자기 자신에게도 해당된다. 누구나 살아가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체력이 있다면 스스로를 다독여 다정함으로 극복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울해질 수 있다. 정도가 심해지면 자살 충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이를 ‘우울증’이라고 부른다.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인식은 높아졌지만, 이로 인한 슬픈 소식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현대인들을 괴롭히는 우울증에는 무엇이 있는지, 어떤 식으로 감정을 갉아먹고 있는지 <뉴스클레임>이 연속기획으로 살펴보았다. <편집자주>

흔히 ‘마음의 감기’라고 표현하는 우울증. 누구나 흔히 걸리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쉽게 치료할 수 있다는 말이다.

따지고 보면 우울증과 감시는 상당 부분 다르다. ‘약 먹으면 일주일, 안 먹으면 7일’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 것처럼 감기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낫기 마련이다. 우울증은 그렇지 않다. 방치하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병이다.

첫 번째로, 우울증은 정확하게 무엇일까. 단순히 평소보다 텐션이 낮고 스스로 우울한 기분이 든다고 느끼면 우울증에 걸린 것일까.

기본적으로 ▲2주 이상 우울한 기분이 지속되거나 ▲평소 즐거워하고 흥미 있던 활동에 아무 관심이 없어지거나 ▲체중이 감소 또는 증가 ▲불면 또는 과다수면 ▲불안감이나 처짐 ▲피로감과 활력 상실 ▲집중력 감소 ▲반복적으로 죽음이나 자살에 대한 생각 등에 해당되면 우울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현대인들에게 우울증을 안겨주는 대표적 원인은 무엇이 있을까. ‘직장 내 괴롭힘’이 단번에 떠오른다.

직장 내 괴롭힘은 피해 근로자의 마음건강을 훼손시키는 것은 물론 정신장애, 우울증을 겪게 한다. 극도의 스트레스로 자살에 이르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은 줄어들지 않은 채 많은 노동자들을 괴롭히는 중이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올해 1~5월 직장갑질199에 접수된 이메일 제보 중 신원이 확인된 제보를 조사했더니 1014건 중 직장 내 괴롭힘 사례는 532건으로 확인됐다. 전체의 52.5%를 차지하는 수치다.

실제 소방관이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린 사건도 있다.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 중부소방서 예방안전과 소속 소방관 A씨가 건물 옥상에서 뒤편 주차장 방향으로 뛰어내렸다. 다행히 비가림막에 부딪힌 뒤 바닥에 떨어지며 목숨을 구할 수 있었지만, 얼굴과 복부열상과 우측 무릎 등에 골절상을 입게 됐다.

소방당국 조사 결과, A씨는 지난해 10월쯤 직장상사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듣는 등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 이후 A씨는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다른 직원들에게도 고통을 호소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 장애인아동지원센터 상담원으로 일하고 있는 B씨 역시 직장 내 괴롭힘 대상이 된 후 우울증을 겪었다고. 그는 전산조작이 이뤄져 1만 명의 장애인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을 고발했으나 돌아온 건 직장 내 괴롭힘이었다고 토로했다. 이후 관리자들의 보복과 성희롱에 시달리면서 우울증, 공황장애를 겪게 됐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직장 내 괴롭힘이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건 신고를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거나 보복을 당하게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직장갑질119는 “상명하복식 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직장 갑질은 계속될 것이고, 우울증을 토로하는 경우도 계속될 것이다. 직장 내조직원을 직장 동료로서 인정하고 민주·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원인에는 감염병 사태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시작된 후 무기력, 우울, 암담함, 분노 등의 감정들은 ‘코로나 블루’, ‘코로나 레드’, ‘코로나 블랙’이라는 신조어로 탄생됐다.

특히 청년층이 겪는 우울감이 심각하다고. 수업, 직장 등 근무환경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일, 공부, 휴식 간 경계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커리어나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진로 문제의 어려움이 증폭해 우울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지난 5월 공개한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2030 우울 점수는 6.7점으로 전 연령대 평균인 5.7점을 크게 웃돌았다. 2030 우울 위험군 비율은 각각 30%와 30.5%로, 14.4%인 60대와 2배 이상 높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사회적 영향이 본격화되는 2~3년 이후 자살 증가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신과나 심리상담소를 찾아 자신의 힘든 점을 털어놓고, 마음의 우울을 덜어야 한다.

동시에 우울증 자가검진 체계 구축, 자살수단 및 장소 등에 대한 관리 강화, 20·30 여성·노인 등에 대한 정서적 지원을 강화, 자살예방 인식개선 등도 이뤄져야 한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측은 “OECD 최고 수준의 자살률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인한 우울이 증가하는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코로나 사태 속 마주하는 우울을 해결하고 자살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조성하기 위해 대국민 심리지원 등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심리지원 서남센터 김영숙 팀장은 <뉴스클레임>과의 전화인터뷰에서 “건물 붕괴가 갑작스럽게 발생한다고 해도, 이는 부식이 누적된 결과에서 나온 것이다. 이처럼 어떠한 삶의 균형이 깨지거나 감정의 균형이 깨졌을 때 우울증이 발생한다”면서 “이를 확인하기 위해선 자기자신의 잘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영숙 팀장은 “우울은 뇌와 관련돼 있다. 때문에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거나 약을 복용하는 게 가장 좋다”면서도 “간단한 우울의 경우에는 주변 사람들을 만나고, 힘들더라도 의식적으로 햇빛을 보며 산책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본인 스스로 우울증을 이겨내는 노력을 하는 건 어렵다. 그렇기에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며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생활이 이어지고 있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전화, 문자를 주기적으로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라고 당부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힘든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이나 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상담 전화 1393, 정신 건강 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번, 그리고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게’ 앱, 카카오톡 등 24시간 전문가의 상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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