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참았던 야구팬들의 분노가 드디어 터졌다. 움짤, 소리 없는 클립 영상 등을 전부 고소하겠다는 몇 줄의 안내문 때문이다.

21일 KBO 뉴미디어 중계권 저작권보호팀은 야구 영상을 올린 인스타그램 일부 계정에 “지금까지 경고성의 삭제 권고조치만 이뤄졌지만, 5월부터는 법무법인을 통해 고소·고발을 진행한다”고 알렸다. 쉽게 설명하자면 아이돌 사진, 영상, 움짤을 올리는 팬들을 모두 고소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인스타그램에 ‘kbo 저작권’을 입력하자 ‘KBO저작권보호팀’, ‘kbo copyright2’, ‘kbo copyright7’ 등 계정이 검색됐다. 이들은 야구팬으로 보이는 계정을 팔로한 상태다.

“움짤 단속은 과하다”는 불만에도 끝내 고소 카드를 꺼낸 뉴미디어에 결국 팬들은 청와대 청원을 게재하며 움짤 규제의 철회를 요청하고 나섰다.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뉴미디어의 일방적 움짤 규제의 철회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청원인은 “움짤 제재를 철회시켜야 이들의 횡포를 하루빨리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짤’은 GIF(이미지 압축 저장방식)을 이용해 영상을 그림 파일의 형식으로 공유하는 하나의 문화”라며 “움짤은 KBO 리그의 팬덤에서 활성화돼 있다. 이런 공유 문화는 비상업적으로 이뤄져 왔고, KBO 리그 인기 확대에 기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2019년 2월 포털·통신(네이버, 카카오, KT, SK브로드밴드, LG 유플러스) 컨소시엄이 뉴미디어 중계권 계약을 체결한 이후 경기 영상의 재가공을 금지시켰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움짤을 포함한 경기 영상의 재가공을 전면적으로 제재하려 했으나, 움짤 제재는 철회하기로 했다는 게 청원인의 주장이다.

그는 “그런데 올해 들어 뉴미디어 측은 말을 바꿔 내부적으로 고소 대행사를 섭외하며 움짤과 SNS 등에 강력 대응을 한다고 발표했다”면서 “오는 4월까지 계도기간으로 설정해 자율적으로 움짤을 삭제하고 5월부터는 움짤에 대해 고소를 한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청원인은 “직관을 가는 야구팬들은 정당한 표값을 지불하고 경기를 관람하는 것이고, 영상 또한 본인이 직접 촬영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미디어 측은 이 영상에 대해서도 저작권을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각 구단에서 직접 촬영하는 더그아웃 직캠 영상에서도 경기를 담을 수 없게 규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들의 갑질은 이제 KBO 리그의 팬들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나 경기력 하락으로 인해 침체돼 있는 KBO 리그인데도, 뉴미디어는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KBO리그 팬덤의 문화마저도 파괴시키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인기도 하락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하는 상황에서 비상업적 움짤을 제재하는 행위는 인기도 하락을 가속시킬 것이다. 움짤 제재를 철회시켜야 이들의 횡포를 하루빨리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당 청원은 아직 정식 등록이 되지 않았음에도 벌써 1300여명이 동의한 상태다. 청와대는 사전 동의 100명 이상 청원 글에 대해 내부 검토 절차를 거쳐 게시판에 ‘진행 중 청원’으로 공개한다.

사진=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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