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동길 기자
사진=김동길 기자

고덕동 아파트 택배 대란 사태를 보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든다.

사람이 동물보다 앞서는 것은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감정도 가지고 있고.

택배는 저렴한 값에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배달한다. 비용 대비 저렴하다는 말은 선진국에 비해 그렇다는 거다.

선진국일수록 지저분하고 힘들고 위험한 일에는 수당이 더 크게 붙는다. 아직 우리나라는 선진국 반열에 오르진 못했다. 여전히 힘들고 위험하고 어려운 일을 하는 이들에게 노동의 대가는 한 일에 비해 터무니 없다.

택배도 그렇다. 택배기사들은 아주 고마운 존재다. 이제 막 갓난아이를 낳은 어머니가 "쿠팡이 우리 아이를 키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처음엔 무슨 말인가 했다. 알고 보니, 육아용품을 사려면 마트나 백화점을 가야했지만, 쿠팡에 주문만 하면 아주 빨리 그 다음날 아침 혹은 당일 아침에 문 앞에 필요했던 육아용품이 도착해 있었다는 것이다. 갓난 아이의 엄마에겐 쿠팡맨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모른다.

택배기사는 우리 생활에서 그런 존재다.

아파트 단지내 놀이터는 한참 뛰어 노는 아이들에게는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곳이다. 요즘 지어지는 아파트는 커뮤니티는 물론 놀이터도 아주 고급으로 수입용품을 사용해 짓는다. 꼭 그럴 필요는 없겠지만, 입주민들이 원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고. 어쨌든 놀이터에서 조금이라도 에너지를 발산하는 아이들은 밥도 잘먹고, 잠도 잘잔다.

위험한 것은 택배차량이 그 사이를 지나간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 떄 부모가 항상 옆에 있어 준다.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서다. 차가 다니지 않은 곳이라도 놀이터에서는 사소한 문제가 발생한다. 금이야 옥이야 키워가는 자녀들이 조금이라도 다치는 것은 그 어떤 부모도 희망하지 않을 것이다.

놀이터 옆을 지나가는 택배차량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다. 당연한 거다.

고덕동 아파트 입주민들이 택배차량을 막은 이유다. 갓난 아이를 키워낸 쿠팡맨 입장에서는 이런 입주민들의 고통을 이해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배송을 해야하는 서비스를 지향한다.

양쪽 입장이 팽팽한 가운데, 어제 택배노조가 아파트 앞에 택배 물건을 쌓아놓고 주인들은 찾아가라고 했다. 바로 옆에서는 아파트 입주민들이 택배 진입을 막았다.

생각할 줄 아는 사람들의 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 막무가내식이다. 누구 편을 들어줄 수도 없다. 각각의 입장이 모두 맞기 때문이다.

합의가 필요한 문제다. 합의하지 않고 서로의 이익만을 위해 원칙을 고수한다는 것은 서로 불편한 일이자, 사람으로서 해야할 행동은 아니다.

제3자가 나서서 고덕동 아파트 택배 대란을 중재해야 한다. 노동계와 소비자단체, 입주자대표, 정부관계자 등이 힘을 합치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뉴스클레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