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근무 올해도 재신임, 신춘호-신동원 경영 승계 가교 역할론...美2공장 안착, 백산수 매출 확대 숙제도

농심 박준 대표이사 부회장. 농심 제공
농심 박준 대표이사 부회장. 농심 제공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직장 다니면 월급 도둑)라는 말이 흔해진 요즘, 74세의 고령에도 현직 전문 경영인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CEO가 주목된다.

1948년생 농심 박준 대표이사 부회장 얘기다.

오너 일가가 아님에도 초고속으로 임원을 달았고 재직 기간만 약 40년에 달해 샐러리맨 신화로도 꼽힌다.

'젊은 기수론'이 나오고 있는 국내 재계에서도 이례적 케이스다.

올해 창업주 신춘호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지만 박 부회장은 더 임기를 이어가게 됐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농심은 오는 3월 25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박 부회장과 신 회장의 장남인 신동원 대표이사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이영진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신 회장은 이사회 멤버에서 빠지면서 회장직에서도 물러날 전망이다.

신동원 부회장이 대표이사 회장직을 이어받을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박 부회장은 오너 부자(父子) 승계 사이의 가교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부회장은 신 회장과 동향인 울산 출신으로 경남고와 중앙대 사회사업학과를 졸업하고 무역회사에 다니다 1981년 농심에 입사했다.

대표적인 농심 내 국제통으로 농심의 라면 해외 수출 확장과 함께 승승장구했다.

1991년 이미 국제담당 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2005년 농심 국제담당 사장, 2008년 농심아메리카 사장, 2010년 농심 국제사업총괄 사장, 2012년 농심 대표이사 사장, 2016년 농심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지난해엔 코로나19 사태로 집콕족들이 라면 등 간편식품 소비를 늘리면서 수혜를 입어 농심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박 부회장은 올 신년사에서 "코로나19가 가져올 시장 변화에 대처하고 지속가능한 발전 체계를 마련하자"며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기틀을 마련하자"고 강조했다.

특히 주전공인 해외 사업과 관련해 "미국 제2공장의 설립 완료와 안정적인 가동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간 신 회장이 생수 브랜드인 '백산수' 사업에 높은 관심을 기울여 온 만큼 생수 사업 확대도 중점 목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백산수를 생산하는 중국 연변 농심 공장의 평균가동률은 33.8%로 해외 공장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신라면 등을 생산하는 농심아메리카의 평균 가동률이 78.8%인 것과 대조적이다.

또 지난해 3분기 기준 음료(백산수·카프리썬 등) 매출은 1056억원으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6%에 불과하다. 라면(매출 비중 78.6%), 스낵(15.5%) 등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농심의 제주삼다수 위탁 판매가 종료되기 전인 2011년 3분기 기준 농심의 제주삼다수(상품 외) 매출은 2958억원(매출 비중 20.0%)이었고 같은 시기 라면 매출 비중은 64.5%, 스낵 13.7%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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