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커뮤니케이션 수단은 인간의 경험을 부분적으로 모사 또는 확대한다.

편지는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 글을 빌어 자신의 뜻을 말하는 것이고, 전신은 그 속도를 더욱 빠르게 했다.

전화는(표정, 몸짓, 상황 등) 얼굴을 맞댄 대화의 여러 요소 중 음성 교환을 서로 떨어진 상태에서도 가능하게 했다.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 e메일과 메신저는 텍스트를 기반으로 다시 편지와 전화의 시공간적 제약을 깨부셨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인터넷이 연결된 책상 위 PC'라는 제약마저 넘어 커뮤니케션이 일상에 완전히 녹아들게 했다.

소셜 미디어는 사람들의 어울림을 디지털로 재현한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여러 사람에게 의견을 말하는 행위, 친구들끼리 어울리는 행위를 온라인에 거대한 규모로 모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은 커뮤니케이션의 스케일은 키웠지만, 커뮤니케이션의 포맷에는 제약을 가했다.

기기의 연산 능력이나 데이터 전송 속도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은 텍스트와 사진에서 출발했고, 음성과 영상을 무리 없이 처리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했다.

하긴 지금도 모바일 인터넷을 통한 음성과 영상 이용은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사치다.

여러 사람이 동시다발적으로 모여 영상을 보고 음성을 주고받는 서비스는 나오기 힘들었다.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우선 스마트 기기의 성능은 더 좋아지고 가격은 더 내려갔다.

초고속 모바일 인터넷도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효율적인 음성 및 영상 데이터 처리 기술이 발전했다.

거기에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격리가 길어지면서 줌 같은 도구를 누구나 쓰게 되었다. 실제 만남에 대한 욕구 커졌다.

클럽하우스는 이러한 상황에 '꼭 맞춘 듯이' 등장했다. 클럽하우스는 왁자지껄한 파티 대화의 느낌을 실제와 가깝게 재현한다. 떠드는 사람이 있고, 듣는 사람이 있다.

준비된 대본이 아닌 실제 느낌의 '말'이 있다. 여러 명이 모인 대화방에서 대화를 매끄럽게 처리하는 기술도 갖고 있다(라기보다는 이러한 기술을 누구나 쉽게 쓸 수 있게 돠었다).

방이 열릴 때 시간에 맞춰 참석해야 하고, 대화를 녹음할 수 없다는 점도 실제 파티와 같은 경험이다.

다시 말해, 클럽하우스는 사람들 사이의 어울림을 보다 총체적으로 디지털 공간에서 재현해 주고 있다.

텍스트나 이미지를 넘어 동시적 음성 대화를 가능하게 했다. 시공간의 제약이 있지만, 그건 오히려 현실의 모임과 같은 경험을 제공한다.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파티에 비유했지만, 클럽하우스는 비유가 아닌 현실의 파티에 좀 더 가깝다. 온라인 공간에서 말 그대로의 파티가 가능해진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함께 온오프라인의 구분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오프라인 활동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추세는 상당 기간 동안 계속 이어져 왔고, 계속 이어져갈 것이다. 단지 오프라인의 기능이 온라인에서 가능해지는 수준을 넘어, 현실의 경험이 온라인에서 거의 차이 없이 가능해진다.

클럽하우스는 음성을 갖고 현실과 같은 경험을 만들어냈고, 이제 다른 무엇인가가 나와서 시각을 갖고 현실과 같은 경험을 재현한다. 그리고 새로운 시각 경험을 창조해낼 것이다. 가상현실(VR)이고 증강현실(AR)이다.

이것을 요즘 유행하는 말로 표현하면 '메타버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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