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기업처벌법 촉구 기자회견, 피해자 가족들 "사람 살릴 수 있는 법안 제정"

5일 오전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법안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뜨거웠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이날 오전 9시 국회 정문 단식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는 강석경(CJ 고교현장실습 일터괴롭힘 사망 고김동준 어머니) 김도현(추락사망 청년건설노동자 고김태규 누나) 김선양(조선우드 파쇄기 끼임사망 고김재순 아버지) 이한솔(tvN 고이한빛PD 동생) 김영환(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 피해노동자) 손익찬 변호사(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자신의 부모와 동생, 누나 혹은 본인이 직접 겪은 산업현장에서 겪었거나 피해자들로부터 전해 들은 내용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강석경(CJ 고교현장실습 일터괴롭힘 사망 고김동준 어머니) 씨는 "제 아들 동준이는 2014년 1월 20일 마이스터고 3학년 2학기 때 CJ 진천공장으로 현장실습을 나갔다. 현장실습을 하던 중 선임들의 집단 괴롭힘과 폭행 협박을 당하다 목숨을 잃었다"며 "지옥 같은 출근길을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어린 학생이었던 동준이를 현장실습하는 회사도, 현장실습을 보낸 학교도 지켜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김도현(추락사망 청년건설노동자 고김태규 누나) 씨는 "제 동생 태규는 2019년 4월 건설현장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그 뒤로 저는 수면제와 우울증 약이 없이 지낼 수 없게 됐다"며 "저와 저희 가족의 이 고통은 끝나지가 않는다. 그런데, 이런 고통이 하루에도 7가족이 계속 당하고 있다"고 슬퍼했다.

김선양(조선우드 파쇄기 끼임사망 고김재순 아버지) 씨는 "제 아들은 수지 파쇄기를 사전 점검을 위한 가동작업을 하면서 이물질 제거작업을 하다 파쇄기에 빨려 들어갔다"며 "아직도 재판이 진행중이지만, 더 이상의 무고한 희생을 막기 위해 이 자리에 있다"고 억울해 했다.

손익찬(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변호사는 "이 법은 이윤을 추구하는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위험이 발생하고 그에 부합하는 책임을 지우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며 "경영자 단체와 일부 국회의원은 이 법이 경영자들이 사전에 예측할 수 없는 광범위한 의무를 지우기 때문에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한다. 책임주의 원칙에 반하여 위헌이라는 반론도, 산업재해나 시민재해 발생의 기업범죄적 측면을 애써 무시하는 주장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5일 오전 국회 정문 단식농성장 앞에서 열린 ‘산재피해 당사자와 유가족이 말하는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긴급 기자 간담회 모습. 사진=김동길 기자
5일 오전 국회 정문 단식농성장 앞에서 열린 ‘산재피해 당사자와 유가족이 말하는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긴급 기자 간담회 모습. 사진=김동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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