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클레임DB
뉴스클레임DB

‘지식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에서 교수에 의한, 학생에 의한 성희롱·성추행·성폭행 등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하지만 초·중·고교나 직장과 달리 대학 내 성폭력은 가해자에게서 피해자를 분리·보호할 법규가 없어 피해자들이 2차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학생들의 불안을 야기시키는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뉴스클레임>에서는 총 5회에 걸쳐 다뤄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지난 2017년 10월 할리우드 유명 제작자들의 성추문이 폭로됐다. 이를 지지하고 고발하기 위해 소셜 미디에서 해시태그를 달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미투 운동의 시작이 됐다.

미투운동은 우월적 지위가 악용된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 가해자를 폭로하는 것을 통해 더 많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고, 성차별과 성폭력을 근절하고자 하는 운동이다. 한 쪽이 상대적으로 우월적 지위를 갖는 경우로 성별 권력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발생하는 성별화된 폭력이다.

2017년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미투 운동이 들불처럼 번졌다. 지금도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을 통해 미투 운동이 진행 중이지만 3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현장에서는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 등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2017~2019년) 학교 내 권력형 성폭력은 오히려 증가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35개 국립대와 국립대 인권센터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성희롱·성폭행 사건이 50% 이상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도별로는 2017년 101건, 2018년 145건, 2019년 151건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특히 취업 등 사회진출을 앞둔 학생들은 자신의 신분을 노출시키며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때문에 조직의 위계구조로 말미암아 지위의 격차가 있는 상황에서 발생하기 쉬운 권력형 성범죄가 발생한다.

2019 대학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질적 연구의 하나로 수행된 대학사례 심층면접 조사에 참여한 A외부전문가는 지위와 역할의 위계, 평가자의 위치 등에서 발생하는 권력형 성희롱·성폭력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A외부전문가는 “대학과 취업이 연계돼 있기 때문에 교수의 권력을 무시 못 한다. 불이익을 모두 감수하고 사회적 고발을 해야 하지만 사실 쉽지 않다. 교수의 말 한마디에 학생은 사장 당할 수도 있고 이미지를 다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B대학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군기·서열 문화가 깊으면 거절할 수 없는 상황들이 많다. 진로지도나 생활지도를 한다는 명목으로 사적인 질문을 하거나 신체접촉을 하는 경우도 있다. 부름에 응하지 않기도 어렵고 성희롱·성폭력이 발생하더라도 적절한 대응을 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다행히 스쿨미투운동을 비롯한 미투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면서 학교에는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전체 대학의 50.4%가 사회적으로 미투운동이 확산되는 시기에 ‘성희롱·성폭력 관련 규정의 개정 또는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고 응답했다. 미투운동 이후 ‘대학 징계규정 등을 개정하거나 개정을 모색’한 경우도 전체의 51.7%로 절반을 상회했다. 다만 ‘미투운동 사례가 있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16.3%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미투 운동이 발생하지 않았거나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분명한 증거에도 피해자들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가해자들은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징계 자체에 모순이 있음을 지적했다. 미투운동으로 많은 사람들이 성희롱·성폭력을 개인 문제가 아닌 구조 문제로 인식하게 됐지만 여전히 조직의 위계구조와 지신의 지위를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미투 운동은 진정한 사회 변화의 계기를 만들었다. 강력한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요구도 있지만 무엇보다 피해자가 소외되지 않는 선례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끌어내기 위해선 피해자들이 쉽게 폭로할 수 있게 지지와 연대, 함께하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뉴스클레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