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공공부문 비정규직 명절 차별 증언' 기자회견. 사진=김옥해 기자
24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공공부문 비정규직 명절 차별 증언' 기자회견. 사진=김옥해 기자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이제는 차별을 뛰어 넘어 특정 인종과 성별, 연령에 대한 혐오까지 나오는 사회다. 과연 이들이 말하는 대로 우리 사회에 차별 그 이상의 혐오가 만연할까. <뉴스클레임>에서는 총 5회에 걸쳐 차별에 대한 인식을 들여다보고 앞으로의 방향과 흐름을 살펴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1~4편에서 성별, 연령, 임신·출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 장애 등 취약계층이 겪은 차별에 대해 다뤄봤다. 이 외에 성소수자, 인종, 가족상황, 전과, 학력, 질병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차별이 존재한다. 10명 중 9명이 “차별 겪은 적 있으세요?”라는 질문에 “네”라고 답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전날에도 차별을 멈춰달라는 호소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즐거워야 할 추석이 오히려 무섭고 서럽다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였다. 설날 등 명절이 돌아올 때면 항상 나오는 이야기지만 매번 무시당하곤 한다.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일하는 공무원과 무기계약직 노동자 사이 명절상여금에는 차별이 존재한다. 공공운수노조가 지난 1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4137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공공기관 명절상여금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정규직 노동자와 비교할 때 무기계약직 노동자는 36.7% 수준의 명절상여금을 받는다. 무기계약직 노동자의 9.6%는 명절상여금을 아예 받지 못한다. 기간제 노동자, 간접고용 노동자도 마찬가지다. 명절상여금을 받는 수준은 30%에도 미치지 않는다. 정규직이 명절상여금으로 150만원, 200만원을 받을 때 무기계약직은 40만원, 기간제는 20만원을 받는 꼴이다. 용역노동자는 0원이다.

근로기준법은 정규직, 비정규직과 같이 사회적 신분이 달라도 균등한 처우를 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도 무기계약직이나 기간제 노동자라는 이유로 명절상여금과 같은 직무와 무관한 수당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인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성명,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주장을 반복해서 펼치고 있지만 바뀌는 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차별은 적극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사회문제다’라는 질문에 93.3%가 ‘동의’한다고 답하는데도 말이다. ‘나 또는 내 가족도 언젠가 차별을 하거나 당할 수 있다’는 질문에도 90.8%가 동의 의사를 표현했다. 과거와 대비해 차별이 심해졌다고 느끼는 사람도 40%나 된다. 그 중 빈부격차 등 경제적 불평등과 관련된 차별이 심해졌다고 말한다. 이러한 차별이 지속된다면 범죄를 야기시킬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10명 중 8명이 ‘동의’한다고 답했다. 모두가 몸소 느끼고 있는 심각한 차별이지만 아는 선에서만 끝날 뿐 이를 해소시킬 대안, 대책, 법안은 터무니없다는 말로 해석된다.

차별에 대한 대응 정책 중 정부 차원의 종합적 대책 수립에 대해서 10명 중 9명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진보층(98.4%)에서 ‘찬성’이 전체 결과 대비 높았다. 국민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교육, 캠페인 강황에 대해서도 10명 9명이 ‘찬성’한다고 답했다. 최근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는 ‘차별금지 법률 제정’에 대해서도 88.5%가 ‘찬성’에 손을 들었다.

2006년 권고안을 낸 후 14년 동안 묵혀지고 있는 ‘차별금지법’이다. 인권위 등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사회적 약자가 혐오·차별에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며 효과적인 대응 방안으로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사태 속 혐오·차별을 막을 수 있는 법안은 꼭 필요하다. 과일도 잘 익었을 때 따야 한다. 너무 익으며 물러터지고 맛도 떨어진다. 법 또한 마찬가지다. 감염병이 도사리고 있는 지금, 시기적으로도 딱 무르익었다. 국내 인식 또한 평등법 제정에 공감을 표하고 있다. 여기서 시기를 더 미룬다면 의미 있는 법안도 흐지부지된다. 일부 반대의견을 내는 종교·시민단체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평등법이 국제사회에 보편화된 만큼 우리나라 역시 평등법 통과 속도를 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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